프로야구 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 경질을 놓고 프로야구계가 시끄럽다. 일부 팬들은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태우는 등 김 감독을 경질한 구단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 감독 경질 반대 쪽은 “팬들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경질”이라며 격앙된분위기다. 특히 시즌 중 경질은 SK와이번스 부임 후 4시즌 동안 우승3회, 준우승1회 성적을 내며 팀을 야구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끈 김 감독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인간적인 도리’까지 언급할 정도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단이)팬충성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했다”며 “팬충성도 구축이 타격을 받는다면 명문 구단 꿈도 헛되이 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김 감독 경질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감독교체는 구단 고유권한이라는 점부터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팬들 의견을 무시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더라도, 우승을 놓고 경기마다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이미 올시즌을 끝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감독에 대한 빠른 교체는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독교체가 ‘이기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의 전환을 위한 구단의 선택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감독은 오로지 경기만 생각하면 되지만 구단은 팀 성적 이외 여러 변수를 고민해야 하므로 입장 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찬성
스포츠란 원래 '오락' 또는 '재창조'를 의미한다. 인간의 육체 및 정신적 피로를 풀어줌으로써 새로운 생산활동에 임할 수 있는 활력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마음껏 향유하고 있는 스포츠들이 본격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스포츠의 상업화에 기인한다. 스포츠의 상업화란 말 그대로 기업의 목적 달성을 위해 스포츠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프로스포츠에 뛰어드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그것은 기업에 대한 인지도 증대와 기업이미지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개별 선수나 스포츠 이벤트를 그 대상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나, 직접 구단을 소유하는 편이 기업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SK 와이번스에서 김성근감독을 전격 해임한데 대한 논란이 연일 들끓고 있는 모양새다. 더욱이 전후관계를 떠나 일단 구단 측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인해 그 논란은 점차 커져가는 상태다.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구단에서 감독이나 선수의 거취를 결정하는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바로 적합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스포츠팀은 승리를 지향하며, SK 구단 역시 이를 위해 두 명의 전 감독 해임에 이어 김성근감독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야신(野神)이라는 별칭처럼 그는 이미 성적과 관련해서는 그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연속 제패 등의 화려한 성적은 다른 고민거리를 구단에 안겨준 듯하다. 분명 김감독의 공헌이겠으나 우승을 자주 해도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지는 않는 현실과 SK팬들은 동의하지 않겠으나 'SK야구는 재미없다'는 지적처럼 애초 구단 창단의도와 어긋나는 모양새가 대두되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화려한 시리즈 성적은 인천지역에서의 SK의 기업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는데 있어 절대적인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분명히 김감독은 현재 SK야구단에게 있어 훌륭한 리더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구단의 연속성 그리고 모기업에 대한 책무를 생각해야 하는 구단의 입장에서는 방향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면 팀의 승리만이 중심에 있는 SK 팬들의 입장은 구단과는 다른 듯하다. 아름다운 패배는 미사여구일뿐 패배 자체는 팬들에게는 매우 큰 상처일 수밖에 없다. SK 구단이 현재와 같은 팬층을 확보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시리즈에서의 연이은 우승 등 뛰어난 성적 때문이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스포츠팬들은 무작정 특정 팀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팀의 성적이 팀에 대한 팬들의 심리적 애착과 동일화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요즘이야 골수팬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들도 시작은 팀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페어 웨더(fair-weather) 팬에서 출발하였고 팀의 계속적인 승리를 원동력으로 지금의 골수팬들이 탄생한 것이다.
자신들이 SK 구단에 열혈팬이 되도록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어준 김성근 감독의 해임은 이런 팬들에게 말 그대로 충격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항상 좋은 성적을 안겨준 김감독에 대한 애착보다는, 형편없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의 표출이 그 내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골수팬들이 훨씬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고 최근의 과격행동이 그 예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연구에 따르면 공격적 성향은 골수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비슷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현재 SK 팬들이 보이는 과격한 행동은 김감독 해임에 따라 다시 SK 야구단이 과거처럼 하위권으로 쳐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분명 이번 김성근감독의 해임건은 구단 측에서 말 그대로 프로답지 못하게 일처리를 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맥락에서는 아무래도 이번 의사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겠다. 바로 '이기는 야구'에서'즐기는 야구,' '재미있는 야구'로의 전환점에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도(球都) 인천의 자존감이 계속해서 유지될수 있고, 그것이 모 기업인 SK의 이미지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줄 방안이 필요하겠다. 이래저래 SK 야구단과 신임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반대
김성근 감독의 경질로 야구계가 시끄럽다. 한국야구의 중심 속에서 평생을 야인으로 살아온 그는 일본으로 훌쩍 떠나버렸지만 이 문제는 뜨거운 논쟁의 도마 에 남아 있다. 김 감독은 18년 감독생활 동안 한번도 소속구단과 '해피엔딩'으로 끝난 적이 없다 이번엔 세 번의 우승을 일궈낸 팀이기에 다르길 기대했는데, 더욱이 한국프로야구의 르네상스를 선두에서 이끌던 SK구단의 일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구단과 감독 사이에는 항상 입장 차가 존재한다. 감독에게는 재정상태, 팀 이미지 보다는 챔피언십을 거머쥐는 것이 최우선 관심사이다. 반면 구단은 비용요인도 고려해야 하며, 모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양자간 갈등이 생기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의 예를 들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개봉예정작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인 오클랜드 에이스의 단장 빌리 빈과 600승의 감독 아트 하우간 갈등이 있다. 구단 프런트가 경기운용까지 좌지우지했는데 번트를 못마땅해 하는 단장은 감독이 번트지시를 내릴 때 마다 경기 후 불평을 했다고 한다. 결국 빌리 빈의 압박에 지친 감독이 팀을 떠나버렸다. 프런트의 지나친 개입이 갈등을 유발한 경우이다.
김 감독을 경질하기까지 SK구단은 많은 고뇌를 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수긍할 수 있는 이유도 있다. 구단에게 세 번의 우승을 선사한 감독이지만 김 감독의 가치가 예전과 같지는 않았다. '지지 않는 야구'를 추구하면서 나타난 부작용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보았듯이 SK와이번스의 열성 팬도 많아졌지만 안티 팬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SK와이번스의 라이벌은 두산베어스가 아니라 CGV, 에버랜드"라며 스포테인먼트를 기치로 내건 구단 입장에서는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김 감독은 사장-감독간 재계약 협상과정의 사적인 내용을 외부로 가져갔다. 조직의 리더가 개인적인 문제로 피해를 주었고 구단은 해단행위를 용납치 않는 원칙주의를 택하였다.
그러나 SK구단의 감독교체는 커다란 그림을 못 그리고 현안에 몰두하다 실기한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 미식축구의 명문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는 86세의 죠 파테노감독이 있다(미국대학축구는 프로팀과 같은 운영을 한다). 1966년부터 현재까지 반세기에 걸쳐 감독직을 역임하고 있으니 역사에 남을 감독이다.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70대 중반을 넘기던 때에 팀전력이 급전직하 했다. 이기는데 익숙한 팬들은 몇 년 참지 못하고 노쇠한 감독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은퇴를 종용하였다. 여기에 언론, 동문들이 가세하면서 전설적인 노감독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온갖 비난에도 대학은 노감독의 방패막이가 되었다. 그리고 파테노 감독은 부활해 80세가 훌쩍 넘은 지금도 강력한 팀을 이끌고 있다. 이 대학이 효용가치가 떨어진 노감독의 방패막이가 된 철학은 무엇일까? 비록 예전과 다른 감독이지만 현재의 명문팀을 만든데 공헌한 중심축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존중할 때 명문팀 전통을 더욱 확고히 구축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 아닐까.
김성근 감독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측면이 있어도 김 감독의 공헌이 현재 와이번스를 만든 중심축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성공으로 평가받는 스포테인먼트, 와이번스 브랜드에는 '감독 김성근'의 이미지가 녹아 있다. 과거 해태 타이거스와 같은 명문구단의 지위를 원한다면 더욱 김 감독과 함께 했어야 한다. 구단이 무한신뢰를 보여주었다면 재계약 문제가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팬충성도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과소평가했다. 충성도 높은 팬은 팀이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되어준다. 팬충성도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도 아니다. 팀브랜드가 팬들의 마음에 조금씩 쌓여가면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반면 팬들은 한순간에 떠나갈 수 있다. 스포테인먼트의 핵심인 팬충성도 구축이 타격을 받는다면 이제까지의 노력이 헛되이 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인생사가 노력하지 않아서 안 될 뿐, 하면 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야구를 한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힘들게 노력해 일가를 이룬 장인을 비록 괴팍해도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통 큰 구단운영을 보지 못하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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