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약한 노숙인이 비와 추위 때문에 죽어도 좋다는 건가.”
“철도법에 따라 (역내) 노숙은 금지되어 있다. 업무방해 하지 말고 나가달라.”
코레일의 서울역 노숙자 강제 퇴거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23일 오전 1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노숙인들과 코레일 직원들의 대치가 이어졌다.
코레일은 지난달 11일 서울역 역사(驛舍) 내 노숙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계도기간을 거쳐 22일 밤부터 노숙인들을 강제 퇴거시키고 있다. 이날 코레일의 대응에 반발한 노숙인들과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은 서울역 대합실을 점거하고 강제퇴거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코레일 관계자들이 이들을 강제로 몰아내지 않아 큰 충돌은 없었지만 오전 5시께 노숙인들이 자진 해산할 때까지 대치는 계속됐다.
코레일 측이 파악한 결과 서울역 안팎에는 평소 300여명의 노숙인이 머물고 있었다. 이 가운데 평소 여름엔 50여명, 겨울엔 200여명이 새벽 2시30분부터 4시30분 사이에 역사 내에서 잠을 잤으나 지난달 11일 코레일이 노숙인 퇴거 입장을 발표한 뒤에는 20여명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노숙인과 지원단체는 당분간 퇴거 조치에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숙 생활 10년째인 서모(30)씨는 “코레일은 노숙인들이 냄새 등으로 불쾌감을 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강제퇴거를 시킬 것이 아니라 몸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노숙자들이 밤낮으로 벌이는 술판과 노상방뇨로 인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서울역을 이용하는 하루 30만 이용객의 불편을 더 이상 보고 있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노숙인들을 퇴거시키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할 경우 양측의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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