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입찰 담합을 통해 납품 단가를 부풀리고 이 과정에 수천만원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방위사업청 사무관 이모(54)씨 등 2명을 체포하고 식품업체 대표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비리에 연루된 육군 중령 등 군 관계자 8명에 대해서는 국방부로 이첩했다.
경찰은 이날 이씨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 수색해 입찰 정보가 든 하드디스크, 차명통장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해와 올해 건빵 및 햄버거빵 낙찰이 확실시되는 D식품에 접근, 입찰 정보를 주고 원가를 높여주는 대가로 총 5,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뇌물수수 사실이 발각되자 공인중개사인 친구 배모씨와 공모해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 뇌물로 받은 돈을 계약금 등으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씨와 공모한 9개 군납업체 대표들은 2010~2011년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군수지원사령부 관할 지역의 건빵과 햄버거빵 입찰에서 15차례 담합해 특정 업체에 밀어주는 방식으로 6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D, W식품 등 9개 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86% 수준의 낙찰가를 94%까지 끌어올려 들러리 업체들과 그 수익을 나눴다”고 말했다. 특히 D식품은 2009년 9월부터 2년 동안 가격이 저렴한 밀가루의 혼합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저질 건빵 1,223만 봉지를 만들어 6,1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함량 미달의 건빵과 곰팡이가 핀 햄버거빵 납품 사실을 알고도 눈 감아 준 대가로 50만~300만원씩 모두 550만원을 받은 김모(48) 중령 등 상사급 이상 간부 8명에 대한 비위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이들은 생산시설에 대한 불시 위생점검 등 단속 정보를 군납업체 2곳에 흘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D, W식품은 전 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크게 하는 곳이어서 대부분의 육군 장병들이 함량 미달의 건빵과 불량 햄거버빵을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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