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리비아 군사작전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에게 맡기고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던 미국은 앞으로 리비아 재건과정에도 한발 물러서 있겠다고 천명했다. 큰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리비아의 미래는 리비아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고, 미 국방부는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에도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중동 근무 경험이 많은 익명의 한 전직 미 외교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재건 개입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수십만명의 병사와 수십조 달러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안정적인 국가 건설은 아직도 요원하다.
리비아 재건 작업은 이집트와 튀니지에서처럼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미국은 측면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의 ‘자제(low key)’전략이 계속될 것이라는 뜻.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2일 리비아 시민군 지도자들에게 미국이 어떤 지원을 했으면 좋은지 의견을 구했다. 과도정부에 대한 정치적ㆍ인도적 조언과 지원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다피 정권이 보유하고 있던 막대한 무기들이 테러세력 등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리비아는 9.5톤의 머스타드가스 등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지대공 미사일, 대(對)전차 무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140여개 부족이 섞여 있는 리비아 사회가 넘쳐나는 무기를 나눠갖고 부족간 정치적, 경제적 갈등을 맞을 경우 ‘소말리아 시나리오’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CNN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 최근 지지율이 39%까지 떨어진 오바마 대통령에게 카다피 정권 붕괴가 그다지 이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권자들은 내년 대선에서 경제적 이슈를 가장 크게 보고 때문이다. 외교적 논쟁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만 리비아가 불안정해질 경우 오히려 오바마의 인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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