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출기업이다.'
정유사하면 주유소가 생각난다. 주유소는 운전자들이 기름을 넣는 대표적인 소비업종. 그러다 보니 정유사는 당연히 내수회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과는 달리, 정유사들은 엄연한 수출기업이다. 만든 기름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해외에 내다 팔고 있다. 수익의 상당부분도 수출에서 창출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석유제품은 선박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주력제품인 반도체 휴대폰 LCD 자동차 보다도 더 많은 수출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 석유제품은 295억6,800만달러 어치가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0%이상 급증했다. 361억2,8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한 선박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자동차는 231억2,100만달러로 석유제품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반도체(292억5,100만달러)와 LCD(157억3,300만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국내 정유 4개사는 막대한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내수 보다 수출 비중이 더 커진 상태다. SK에너지는 92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분기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 하는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GS칼텍스도 올 상반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2.5%에 달한다.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이 확대된 것은 중국, 인도 등의 신흥시장에서 경질유 수요가 급증한 데다 올 상반기에 유가가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수출단가가 상승한데다 정유업체들의 꾸준한 기술개발 및 상품 다원화, 수출지역 확대 노력 등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사들의 고도화 시설투자도 수출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도화 시설이란 값싸고 질이 덜어지는 벙커 C유를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으로, '지상(地上)유전'으로 불린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 같은 고도화 시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이를 통해 수확된 석유제품을 수출 주력제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들로선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해서도 수출비중을 높여가는 추세다.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하면 수출하는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는 달리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충격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투자규모로만 따진다면 정유사들이 국내 어느 업종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유소 기름만을 생각해 정유사를 내수회사로 보는 것은 더 이상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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