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또 한번의 유동성 조치를 감행할 것인가.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 연례회동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점은 버냉키 의장이 지난해에 이어 3차 양적완화(QE3) 조치를 취할 지 여부이다.
미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발 금융위기로 초토화한 시장은 이번 회동을 연준이 시장에 경기회복에 대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이 연례회동에서 나왔던 것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연준이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기 어렵다'는 쪽이다. 또 다시 유동성 조치를 취했을 경우 추후 출구전략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는데다 인플레 가능성도 여전히 위험수위에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공식 종료된 2차 양적완화 조치의 효과가 기대보다 훨씬 미흡했다는 점도 연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자칫 경기회복에는 아무런 약발을 주지 못하면서 인플레만 조장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회동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구체적인 조치 대신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우회적으로 제시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 "가장 극단적인 선택은 3차 양적완화 조치로 통하는 추가 자산매입이지만 그에 따른 혜택보다는 비용의 위험성이 더 크다"면서 "이달 초 연준이 밝힌 초저금리 기간 연장 외에 다른 구체적인 수단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이 기대하는 자극적인 '뭔가'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문은 이를 '리스크의 균형'이라고 설명한 뒤 "연준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기회"로 이번 회동을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보유하고 있는 단기채권을 팔고 대신 장기채권을 매입, 만기를 늘리는 방법으로 양적완화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방안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안전자산에만 집중된 투자자 수요를 정상적인 상황처럼 위험부담이 있는 쪽으로 '강제로' 돌리려는 의도이다.
로이터통신도 버냉키 의장이 '필요할 경우' 구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정도의 발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버냉키 의장이 시장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심적 부담을 안고 연설에 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연례회동은 정책 당국에 대한 시장의 요구 수준을 낮추면서도 한편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유도해 나가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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