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시간 20% 할애… 뉴스 동아리도 생겼죠
"저는 'EBS'같은 사람이에요. EBS는 학생들이 즐겨 보진 않지만 열심히 봐야 하잖아요? 저도 친구들이 잘 봐줬으면 좋겠어요." (대흥고 1학년 최동석군)
"허각처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저를 표현하려고 허각의 사진을 골랐어요." (삽교고 2학년 성주희양)
지난 19일 충남 예산군 삽교고등학교를 찾아가니 32명의 학생들이 신문을 뒤적이며 사진과 활자를 백지에 열심히 오려 붙이고 있었다. 올해 이 학교가 처음 마련한 신문활용교육(NIE) 캠프의 첫 시간, 유영석 교사는 '신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라'는 과제를 던졌다. 이에 학생들은 '매일 소소하지만 달리는 나'를 나타내겠다고 버스 사진을 오리고,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변덕이 심하다'고 해서 주식시세표를 붙이는 등 재기 발랄한 답들을 쏟아 냈다.
매주 방과후학교를 통해 신문을 접해 온 삽교고 학생들에게 NIE는 놀이였다. 자기소개를 마친 뒤에 자신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문에서 찾아냈다. 미래의 유망직종, 자신의 진로도 모두 신문을 통해 내다봤다. 최근 이슈가 된 무상급식과 안락사 문제 등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토론이 열리자, 학생들은 거리낌없이 의견을 밝혔다. 성주희(17)양은 "지금까지 자극적인 인터넷 뉴스를 읽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NIE 활동을 하면서 신문이 재미있다는 것도 배우고, 사용하는 어휘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유영석 교사는 "1주일에 2시간으로는 NIE활동이 부족한 것 같아 캠프까지 열게 됐다"며 "인근 지역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캠프를 확대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일 동안 열린 캠프에는 옆 학교 대흥고 학생들도 참여, 삽교고 학생들과 어울려 웃음꽃을 피웠다.
교장까지 모든 교사가 NIE교육 받아
군(郡) 내에 영화관도 하나 없을 정도로 주변에 문화시설이 부족한 예산 삽교고는 그러나 NIE에서 만큼은 도시 어느 학교보다 앞선다. 교장을 포함한 38명의 전 교사가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의 NIE 교육을 받았고, 일부 학부모들도 교육에 참가했다. 그 결과 언론재단으로부터 올해 NIE연구학교 10곳 중 한 곳으로 지정됐다.
삽교고의 NIE활동이 처음부터 체계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NIE를 도입하던 2001~2007년은 학생들에게 신문 사설을 읽히는 것이 고작이었다. 부족함을 느낀 교사들이 관련 연수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익힌 것을 바탕으로 교사들의 논술동아리를 만들었다.
2008년 인적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지자, NIE 지도도 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학급신문 제작, 신문을 활용한 논술지도를 거쳐 올해는 학생들이 NIE 동아리 '뉴스닷컴'을 조직해 지역 뉴스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2학기부터는 국어 수업 5시간 중 1시간을 아예 NIE에 할애할 예정이다. 김희태 교장은 "시의성이 떨어지는 교과서 내용을 보면서 10년 뒤 90%는 쓸모 없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며 "신문은 늘 새로운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보완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민사고 누르고 신문논술대회 금상 받기도
NIE의 활성화는 눈에 띄는 변화를 불러왔다. 올해 지역 내 고교 입학할 학생은 학교 정원에 비해 200여명이나 적지만, 삽교고는 지원자가 몰려 정원을 채우고 넘쳐 전교생이 420명이 됐다. 통학하기 버거운 지역에서 지원하는 학생도 생겼다.
지난해에는 전국신문논술대회에서 민족사관고, 외국어고 학생들과 경쟁해 고등부 금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09년에는 언론재단이 주최하는 전국신문사랑 NIE 공모전에서도 우수상을 받았다. 이처럼 입상이 이어지자, 입시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중상위권 대학교 합격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유 교사는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합격생은 13명이었는데, 이 중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만으로는 도저히 대학에 갈 수 없는 아이도 있었다"며 "NIE는 도농 간 수능ㆍ논술 교육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글ㆍ사진=김혜경기자 thank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