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쇼크로 지수가 겉잡을 수 없이 추락하다 반짝 상승한 16일. 회사원 김모(41)씨는 마이너스 대출로 융통한 5,000만원을 주식투자에 '몰빵'했고, 바로 다음날 전부 팔아 치워 10% 가까운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기존에 묵혀뒀던 3,000만원 상당의 주식은 이번 폭락장에서 70%나 손실을 봤다. 김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빚을 동원한 단타매매를 계속 할 생각이다.
폭락장을 기회로 여긴 개미들이 빚까지 얻어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싼 값에 주식을 사서 주가가 뛰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속셈인데, 최근 장세는 하락폭은 크고 반등은 찔끔 식이어서 오히려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증권 활동계좌는 1,861만4,786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이달 들어서만 12만2,786개 급증했다. 활동계좌는 예탁자산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간 한 번 이상 매매 거래를 한 증권 계좌로, 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개설하는 위탁매매 계좌다. 업계는 동일인의 복수계좌를 제외하면 전체 경제활동인구 2,448만명의 76% 정도가 거래에 나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시황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가 엄습한 2008년 9월 말 1,500선이던 코스피지수가 한달 만에 890선으로 폭락했지만, 5개월 뒤부터는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리먼 사태 학습효과로 지수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판단한 개미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증권계좌 개설도 크게 늘었다. 개인투자자 위탁매매가 주 수입원인 키움증권의 경우 신규 계좌 건수가 6월 하루 평균 700개, 7월 880개 수준에서 이달(18일 기준)엔 1,800개로 크게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례적인 증가세"라며 "이번 폭락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증권은 신규 위탁계좌가 이달 19일 기준 5,741개를 기록해 이미 지난 한달 간 실적(5,123개)을 넘어섰다. 삼성증권은 위탁매매와 펀드,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을 합친 신규 계좌건수가 지난달 하루 평균 257.6개에서 이달 444.7개로 급증했다.
이런 개미들의 주식 열풍을 대변하듯, 이달 1~19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2조4,692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던진 주식(-5조198억원)의 절반 이상을 개인이 받아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불안 등 위험 요인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낙폭이 컸다는 기대감만으로 묻지마식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1,700선이 바닥이라고 생각해 시장에 들어갔다가 1,600, 1,500까지 떨어지면 공포가 더 커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세 번만 주식을 팔면 투자금의 50%를 잃게 된다"며 "지수가 좀 올라가더라도 반등이 시작되는 시점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팀장은 "여유자금으로 최소 6개월 이상 중장기 투자를 한다면 모르지만, 담보대출이나 신용융자, 카드론 등 빚을 내 단기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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