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늘어나는 카드대출이 심상치 않다. 국민 한 사람당 발급받은 카드의 숫자가 2002년 카드대란 직전보다 많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여서 제2의 카드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계 빚이 870조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카드부문에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8일 증시폭락 이후 신용카드를 이용한 대출과 현금서비스가 몰린 날에는 평소의 두 배를 넘는 300억 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이같은 이상징후는 거의 전 카드사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6월의 강력한 규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카드대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카드로 빌려간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분석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자 ‘지금이 살 때’라면서 카드로 빌린 돈을 주식 사는 데 썼다니 또 다른 시한폭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도 내에서 대출이 이뤄져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주가가 떨어질 경우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카드대출 이용자의 상당수가 저신용자와 저소득층이라는 사실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소득수준 하위 20%의 가구당 카드대출 규모를 1,706만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 가구주의 월세비중이 60%를 넘고 무직자 비중도 39%나 돼 카드부채 자체가 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자를 제때 못 내거나 원금 상환을 늦추는 사태가 발생하면 금융권 전체의 연쇄적인 혼란은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는 2003년 카드 때문에 크게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카드업계의 부실채권 매입에만 사실상 공적자금 6조원이 들었고 쏟아져 나온 신용 불량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3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12조6,000억 원 등 신용판매까지 합한 카드관련 부채는 75조5,000억 원에 이른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물가가 치솟는 비상상황에서 하루에 수백억 씩 늘어나는 카드대출을 예민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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