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성패는 경제협력 성과에 달려있다. 중국 만으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러시아로 다원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분야 의제들은 남북한과 러시아가 함께 연결된 프로젝트가 많아, 만일 획기적인 합의가 나올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적잖은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우선 러시아로부터 북한을 거쳐 남한에 이르는 가스관 및 철도연결 사업이 급진전을 이룰지 주목된다. 러시아 최대 석유•가스 생산업체인 가즈프롬 대표단은 7월 초 북한 원유공업성과 원유, 가스 분야의 협력관계를 논의했다. 가즈프롬은 한국가스공사와도 2008년 9월 매년 최소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에 수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지만 북핵 문제 등으로 진전은 보지 못했다. 이 사업이 현실화하면 러시아는 판로를 확보하고, 북한은 가스 경유 수수료를 얻게 되며 남한은 가스 자원을 값싸게 챙기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스관 설치가 추진되면 북한은 가스관 경유비용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통과료를 받을 수 있고 한국은 배편으로 수입할 때에 비해 수송료를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1세기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_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프로젝트가 가시권에 들어올 개연성도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 하산과 나진을 잇는 50여㎞의 노후 철로를 개보수하는데 합의했고, 2008년 4월에는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 및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북한철도 현대화에 드는 25억 달러를 누가 대느냐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또 김 위원장이 21일 방문한 부레이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잉여전력을 북한과 남한에 송전선을 깔아 공급하겠다는 러시아의 에너지협력 구상과 함께 북한이 옛 소련에서 빌려 쓴 38억 루블(1,406억여원)의 차관 상환문제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광복절 축전에서 "우리는 가스화와 에네르기, 철도건설 분야에서 3자 계획을 비롯해 호상 관심사로 되는 모든 방향에서 조선과의 협조를 확대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회동에서 주요 경제 현안이 일괄 타결되거나 급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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