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물(1급)인 '붉은 여우'의 기증자 처벌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애완견 중개업자 A(55ㆍ경기 성남시)씨가 자신이 4년간 길러오던 붉은 여우 4마리(수컷 3마리, 암컷 1마리)를 환경부 한강유역관리청에 기증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여우들은 2006년께 러시아에서 몰래 들여온 붉은여우 한 쌍이 낳은 새끼들로 5마리 중 4마리가 살아 남았다. 문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개인이 기르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점. 위반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 진다. 2006년 8월 자신이 키우던 붉은여우 한 마리가 탈출해 남한산성 산책로에서 포획된 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300만원의 벌금을 낸 바 있는 A씨는 이 여우가 새끼를 낳자 고민에 빠졌다. A씨는 "개들 사이에서 키웠는데 새끼 여우들은 죽은 쥐고기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소고기나 오리 고기만 먹을 정도로 식성이 까다로웠다"며 "워낙 진귀한 동물이라 애지중지 키워 왔지만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고 불법이라 결국 벌금을 낼 각오를 하고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A씨로부터 새끼 여우들을 기증받은 환경부는 이들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토종 붉은여우와 일치했고 번식력이 강한 나이였기 때문. 현재 국내에는 서울대공원이 2008년부터 중국 등에서 들여온 붉은여우 11마리를 사육, 전시하고 있는데 번식에 성공한 것은 2009년이 유일하다. 당시 3마리 새끼를 낳았으나 2마리만 남았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이 사육하고 있는 붉은여우들은 야생성이 강하고 노쇠해 번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붉은여우의 종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환경부는 개들 사이에서 붉은여우를 키워 번식시킨 A씨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A씨를 처벌해야 할 처지라 고민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A씨가 법위반을 했지만 '잘 키워달라'며 자진신고한 점을 참작해야 한다"며 "서울대공원의 붉은여우들의 번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험에서 우러나온 A씨의 사육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은 앞으로 종복원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남식 서울대교수(수의학)는 "서너살이면 번식력이 강한 나이이고, 자신과 모습이 비슷한 개들 사이에서 키워 이를 순치시킨 A씨의 사육 노하우는 참고할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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