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투 우사인∼"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가 대구에서 스물 다섯 번째 생일 케이크와 축하 노래를 선물 받고 오랜만에 얼굴을 활짝 폈다. 21일이 생일인 그는 하루 전인 20일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린 가운데 대구 도심에서 열린 첫 외부 공개행사에서 시민 1,000여 명의 환대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3시5분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앞 야외행사장. 컨테이너 박스의 벽면이 아래로 열리더니 볼트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쇼를 하듯 무대에 올랐다. 후원사인 푸마가 마련한 '파스 테스트' 행사였다. 파스는 자메이카 말로 빠르다는 뜻이다.
"대구에 두 번째 오게 돼서 기쁘다"는 볼트는 코치를 통해 "대회 기대치가 높아 많이 긴장한 탓에 표정이 내내 시무룩했다"며 입국 후 까칠한 이유를 밝혔다. 곧이어 무대에 오른 아시아권 파스 예선통과자 16명의 질문에도 그는 거침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러너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번개 포즈를 한다"는 볼트는 "육상을 하지 않았다면 크리켓이나 축구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를 했다면 빠르기 때문에 윙이나 스트라이커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홍명보(42)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생일 떡 케이크를 들고 등장,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시민들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볼트에게 불러준 홍 감독은 자신이 사인한 축구화를 선물로 건넸고 볼트도 이번 대회에 신을 운동화와 같은 모델의 신발을 답례품으로 전했다. 발이 생명인 선수들다운 선물 교환이었다.
곧이어 파스 테스트 참가자들이 25m 직선 구간을 달려 승부를 겨뤘다. 미끄러지기도 하고, 골인지점을 통과해서 넘어지기도 한 끝에 말레이시아 출신 나렌드란씨가 4초31로 우승을 차지, 100만원 상당의 부상과 운동화를 선물로 받았다.
볼트는 행사 내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주위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12살때 볼트를 발견, 선수로 키운 자메이카 육상 대부 알프레드 프란시스씨와 자메이카 4인조 밴드 '노메즈'도 무대에 올라 흥겨움을 더했다.
볼트는 "치킨을 좋아하며 따로 식단을 짜지는 않는다"고 했으나 푸마 측은 "그의 음식을 전담할 영양사가 19일 입국했다"고 밝혀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그의 입맛에도 족쇄가 채워지게 됐다. 볼트는 "달릴 때 느낌은 날아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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