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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러/ 싣고 온 벤츠타고 80㎞ 이동해 발전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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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러/ 싣고 온 벤츠타고 80㎞ 이동해 발전소로

입력
2011.08.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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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북한에서도 가장 부족한 자원은 식량과 전력이다. 석탄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움을 겪고 증기열차가 수시로 멈추며, 전력난이 심각해 휴대폰 충전도 제대로 안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번째 러시아 방문 경로를 봐도 방문의 주목적 중 하나가 안정적 전력 확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방러의 최대 이벤트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지만, 김 위원장이 회담을 하러 가는 길에 잡은 가장 큰 일정은 바로 발전시설 관람이었다. 19일 5만톤의 식량을 출발 선물로 받은 김 위원장은 20일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한 뒤 아무르주의 초대형 댐을 다음 이정표로 잡았다.

김 위원장은 하바롭스크에서 서쪽으로 600㎞를 더 달려 21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아무르주 부레야역에 도착했다. 현지 언론과 AFP통신에 따르면 근처 민가에 창문 커튼을 치라는 지시가 내려질 정도로 경호가 강화된 부레야역에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도착하자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현지식대로 빵과 소금을 대접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열차로 수송해 온 벤츠 방탄 승용차를 타고 역에서 80㎞ 떨어진 부레이 수력발전소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수문으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살펴보는 등 발전 설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부레이 발전소는 댐 폭이 810m, 높이가 140m로 폭과 높이가 각각 530m, 123m인 소양강댐보다 크다. 부레이 발전소는 러시아가 북한과 남한으로 이어지는 송전선 건설 계획을 밝혔을 때 전력 공급원으로 꼽은 곳인데, 이 계획은 북한의 미온적 반응과 남북관계 경색 때문에 추진력을 잃었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전력 확보에 역점을 기울여야 할 김 위원장이 부레이 발전소에 관심을 기울인 것을 보면, 3국간 송전선 연결 계획이 다시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다.

발전소를 둘러본 김 위원장은 오후 4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타고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레야역에서 정상속도대로 가야 23일께 회담 장소인 울란우데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 사이 특별한 일정은 잡지 않을 것으로 정부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김 위원장 방러의 특이한 점은 5월 방중 때와 달리 동선이 언론에 시시각각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인터넷언론은 발전소 관람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으며 AFP통신은 부레야역 영접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언론통제가 철저한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지역 언론에 대한 통제가 느슨하며 서방언론도 중국보다 러시아에 더 넓은 취재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동 거리가 2001년 7월 첫 방러 당시에 비해 유독 짧은 것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시 김 위원장은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를 경유하며 왕복 1만8,000㎞를 이동했는데, 이번에 김 위원장이 울란우데에서 더 이상 서쪽으로 가지 않으면 동선이 당시의 절반도 안 되는 8,000㎞가 된다. 이는 2008년 뇌졸중을 경험했던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현지에서 영접 행사를 지켜본 AFP통신의 특파원은 "김 위원장이 다소 지쳐 보였으며 열차에서 내릴 때 부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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