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 특히 국제대회 토너먼트일 경우 실력만큼이나 운도 중요하다. 그림 같은 슈팅이 골 네트에 꽂혀도, 어쩌다 보니 볼이 상대 골 라인을 넘어서도 똑 같은 득점으로 인정된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에서 이 같은 행운은 승부의 향방을 좌우한다.
21일(이하 한국시간) 보고타 엘 캄핀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2011 콜롬비아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결승전은 '행운'이 승부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브라질은 연장 접전 끝에 3-2로 승리,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오스카(20ㆍ인터나시오날)는 국제축구연맹(FIFA)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오스카는 전반 5분과 후반 33분, 연장 후반 6분에 차례로 골 네트를 가르며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1977년 청소년 월드컵이 시작된 이래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오스카가 처음이다. A대표팀 월드컵 결승전으로 영역을 확대해도 1966년 잉글랜드 대회 결승전에서 제프 허스트(잉글랜드)가 3골을 몰아친 것이 유일한 사례다. 청소년 월드컵에서 무수한 슈퍼스타가 배출됐지만 누구도 결승전에서 3골이나 몰아치지는 못했다. 1979년 도쿄 대회의 디에고 마라도나도, 2005년 네덜란드 대회의 리오넬 메시, 2007년 캐나다 대회의 세르히오 아게로(이상 아르헨티나)도 3골을 뽑아내는 '원맨쇼'를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오스카는 결승전 해트트릭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배출한 최고 스타'로 기록되지는 못했다. 해트트릭에 행운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3골을 뽑아냈지만 오스카의 포르투갈전 활약은 '원맨쇼'와는 거리가 멀었다. 억세게 행운이 따랐다.
오스카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행운의 선제골'을 얻었다. 미드필드 오른쪽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상대 문전으로 올린 킥이 포르투갈 수비수 머리에 스쳐 골 네트로 빨려 들어갔다. 2-2로 맞선 연장 후반 6분 결승골도 행운의 산물. 페널티지역 오른쪽의 오스카가 문전의 동료를 향해 크로스를 올리는가 싶었지만 회전이 먹히지 않은 볼이 골 네트로 빨려 들어갔다.
오스카는 결승전 해트트릭에도 불구,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대회 최고의 영예인 골든볼(MVP)은 5골을 터트리며 골든슈(득점왕)를 차지한 엔리케(20ㆍ상파울루)에게 돌아갔다. 한편 멕시코는 앞서 열린 3ㆍ4위 결정전에서 프랑스를 3-1로 꺾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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