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를 연상케 하는 흡혈박쥐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12일 영국 BBC방송은 흡혈박쥐에 물린 19세 남성이 미국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페루 북동쪽의 원주민 마을에서 500여명이 흡혈박쥐에 물려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력도 거의 없는 박쥐가 어떻게 이런 일을 벌였을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연구진은 "베네수엘라에서 사는 흡혈박쥐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코의 신경세포에 있는 생체물질(TRPV1)이 열 감지기 역할을 한다"고 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했다. 눈 뜬 장님인 흡혈박쥐는 초음파를 쏴 먹잇감을 감지한 다음 코에 있는 열 감지기로 정맥을 정확히 찾아 흡혈을 한다는 것이다. 네이처>
전 세계에 서식하는 박쥐 1000여종 중 흡혈박쥐는 3종으로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산다. 이들의 침에 있는 항응고 물질은 날카로운 송곳니로 깨문 자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굳지 않게 한다.
연구에 참여한 UCSF 데이비드 줄리어스 박사는 "동물의 몸에서 정맥이나 동맥이 흐르는 곳은 온도가 좀 더 높다"면서 "열 감지기가 있으면 채혈할 수 있는 곳을 효과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흡혈박쥐는 주로 잠자고 있는 동물에 접근해 한 번에 20분간 피 20㎖를 흡혈한다. 그러나 최근엔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흡혈박쥐가 사람에게 달려든다. 울창한 숲이 점차 사라지고, 이곳에서 살던 동물들도 줄면서 먹잇감을 찾아 사람을 공격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엔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흡혈박쥐의 서식지가 확대되는 추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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