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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연 부부 만화가 김홍모·임소희씨/ "엄마랑 만화 삼매경 여기서라면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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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연 부부 만화가 김홍모·임소희씨/ "엄마랑 만화 삼매경 여기서라면 가능하죠"

입력
2011.08.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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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가 함께 만화 삼매경에 빠졌다. 엄마는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을 집어 들고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겼고, 윤승운의 <맹꽁이 서당> 을 고른 아이는 오래된 자개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 뒤로 놓인 책장에는 이현세의 <까치의 풋사과> , 허영만 <제7구단> 과 <비와 트럼펫> , 이두호의 <머털도사님> ,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 ,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 등 1,000여권의 만화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안 '뜬금없이 만화방'에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음습하고 케케묵은 만화방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사방이 통유리로 돼 있고, 학교에서 썼던 오래된 책ㆍ걸상, 때묻은 집 가구들, 작가가 손수 그린 캐리커처와 만화 포스터가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층 한 켠에는 어린이 만화공간이 따로 있다. 마치 시골 할머니 집 마루에 드러누워 책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자개장과 소반, 할머니 옷 등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다양한 그림책과 하민석의 <안녕, 전우치> , 이상무의 <울지 않는 소년> , 윤승운의 <도깨비 감투> 등 어린이 창작만화가 수두룩하다. 여기서 파는 과자와 라면, 차는 모두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다.

이곳 주인장은 만화가 부부 김홍모(40), 임소희(36)씨다. 만화가가 직접 만화방을 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원래는 사회적 기업 쌈지농부에서 마련해준 작업실이었다. 작업실 8할을 내어 작업실과 만화방을 결합한 신개념 만화공간을 만들었다.

"만화는 문학예술 장르 중에서도 가장 대중 친화적인 매체인데, 작가들은 작업실에 홀로 틀어박혀 작업을 하고 어린이들은 만화를 몰래 숨어서 보지요. 이런 만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깨고, 새로운 만화문화를 만들려는 시도죠."(김) "어렸을 적 만화는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삶의 위로가 돼줬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학습 경쟁에 내몰려 어디 하나 위로 받을 곳이 없는 현실이 딱하지요. 만화를 좀더 친근하게 접하고, 건강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임)

만화방을 열게 된 배경에는 만화가 하위문화로 치부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배어있다. 김씨는 "짤막한 글과 단순한 그림으로 가장 쉽게 대중에게 전달됐던 매체였던 만큼, 1970~80년대 정부에서는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만화를 배척하고, 만화책 불태우기 행사를 하는가 하면 만화로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된다는 인식도 생기게 됐다"고 봤다. 또 "유럽에서는 만화를 문학예술의 한 장르로 보고, '그래픽 노블'과 같이 예술적으로 우수한 그림과 내용이 담긴 만화는 적극 권장하는 풍토가 있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도 아이들에게 만화책을 못 보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 만화방에서는 1970~90년대 만화 희귀본과 <보물섬> , <소년중앙> , <윙크> , <댕기> 등 폐간된 만화잡지, 대안만화, 그래픽 노블, 작가주의 만화 등 다른 데선 보기 찾기 힘든 만화들을 접할 수 있다.

김씨는 "요즘은 웹툰이나 앱툰 등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만화가 대세이지만 종이만화를 찾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며 "다양한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데, 자본의 논리에 치우쳐 만화책이 절판되거나 소개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아이를 공부시키기 위한 학습용 만화만을 강조하는 풍토를 문제로 꼽았다. 임씨는 "좋은 만화는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만화"라며 "공부하기 위해 만화를 읽는 게 아니라 만화 주인공이 울고 웃고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만화를 보켜 행복한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어린이창작만화잡지 <깔깔> 출판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허영만, 이두호 등 유명 만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어린이창작만화를 묶어 만든다는 취지다. 이 만화방에서만 볼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연재 만화도 준비 중이다. 계절별로 봄에는 아이들이 그린 작품으로 꾸민 '청개구리 만화전', 여름에는 만화 기획 전시, 가을에는 만화가들의 초대전, 겨울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특강 등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매주 월, 화요일 휴무) 연다. 입장료는 3,000원.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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