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으로 국내 주식 부자들의 판도가 바뀌었다. 주력 업종에 따라 재벌 총수들의 희비가 엇갈렸고, 폭락 장세에 되레 급부상한 신흥 부호도 있었다.
2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9일 종가 기준 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모두 169명이며, 이 가운데 1조원 이상의 주식 부자는 12명이었다.
상장사 부호 순위 1ㆍ2위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주가 급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올해 1월 101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32.7% 급락한 68만원을 기록 중이고, 현대차 주가도 석 달 만에 33.0%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5일 8조722억원에서 19일 현재 7조1,075억원으로 불과 2주 새 1조원이 사라졌다. 정 회장의 주식 보유액 역시 같은 기간 7조3,766억원에서 6조5,852억원으로 8,000억원이나 줄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C&C의 주가 상승으로 19일 주식 평가액이 3조2,290억원을 기록,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2조4,958억원)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대표적 내수업체인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주식 자산은 최근 2주 새 각각 16.1%, 10.4% 늘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이번 충격으로 나란히 '1조원' 클럽에서 빠졌다. 구 회장은 연초 1조6,450억원에서 19일 9,852억원으로, 허 회장은 1조124억원에서 8,923억원으로 주식 평가액이 감소했다.
반면, 소프트웨어ㆍ연예 등 콘텐츠와 내수 업종 기업 대주주들은 웃었다. 인터넷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재벌 총수들을 제치고 처음으로 주식 부자 10위권에 진입했다. 지분 24.76%를 보유한 그의 주식 평가액은 1조8,921억원으로 연초 1조1,191억원보다 69.1%나 증가했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 상당수는 피눈물을 흘렸다. 올 들어 주식 6개 중 1개꼴로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고점보다 50% 이상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이 전체 종목 수 1,928개의 6분의 1인 317개에 달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적잖은 애널리스트들이 장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목표가를 고수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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