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치러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오시장은 2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오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33.3%에 이르지 못해 투표함을 못 열거나, 개표 결과에서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시장직을 걸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복지가 뿌리를 내리는 데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더 이상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주민투표 결과와 시장직 연계 뜻을 밝힘으로써 오시장은 이번 주민투표에 자신의‘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이날 오시장의 발표는 무엇보다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투표율이 개표 요건인 33.3%를 넘지 않으면 아예 투표함을 열 수 없다. 수해와 금융위기 등으로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이 달아오르지 않은 데다, 야권에서 벌이고 있는 투표 거부 운동이 어느 정도 호응을 얻으면서 투표율이 개표 요건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이번 시장직 연계 카드는 주민투표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투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분석할 수 있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시장으로서 정상적인 시정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시장은 지난해부터 무상급식 등을 놓고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갈등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오시장이 주민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식물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시의회에 밀려 자신이 반대해온 정책을 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오시장이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투표 전에 미리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시장은 이날 사퇴할 경우 그 시기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재보궐 선거 시기를 고려해 오시장이 9월 말 이후에 사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내달 30일 전에 사퇴를 하면 10월 26일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차기 서울시장을 뽑게 된다. 하지만 9월 말 이후에 사퇴하면 시장 선거는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한나라당은 자칫 10월 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을 야권에 내주고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에 지고 정치적 계산 때문에 한 달이나 시장직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오시장의 이날 발표에 대해 “서울시장직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함부로 내걸고 흥정을 벌이는 자리가 아니”라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데 왜 유독 서울시만 이래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책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오시장의 거취표명과 상관없이 서울시당을 중심으로 주민투표 승리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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