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반환 미군기지에 캠퍼스 설립을 추진해 온 이화여대가 이달 19일 사업 철회를 공식화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고, 파주시민은 무기한 시위를 선언하는 등 이대의 파주캠퍼스 포기를 둘러싼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파주시는 21일 “파주캠퍼스 포기 이유를 납득할 수 없어 곧 이대에 정식으로 답변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준비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시가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이대의 공식적 주장과 달리 파주캠퍼스 철회 이유가 땅값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총장이 바뀌며 대학 내부 역학 구도가 달라졌고, 이에 따른 전ㆍ현 집행부 간 성향 차이와 내부 알력이 결국 사업 포기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19일 오전 이경숙 이대 부총장과 오수근 기획처장은 파주시를 방문해 A4 용지 2쪽 분량의 공문을 시에 전달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장 명의의 공문에는 “캠프 에드워드 감정가액에 대한 국방부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토지 소유자가 아닌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는 등의 사업 포기 이유가 담겨 있었다. 5년 가까이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의 캠프 에드워드 부지 21만9,000여㎡에 인접 국유지를 합쳐 모두 29만9,000여㎡ 부지에 추진하던 파주캠퍼스 조성사업을 공식적으로 백지화한 것이다.
이대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서 “사업 초기 캠프 에드워드 땅값이 292억원이었지만 2010년 감정 평가 때는 652억원으로 올랐고, 국방부의 감정평가액은 1,750억원에 달해 협의매수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와 파주시가 감정가 차액을 연구개발 사업비 등 간접적 방법으로 보전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대학의 교육연구부지 확보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대학 재정운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파주시는 ‘이대 파주캠퍼스 건립 포기 공식 입장에 뚜렷한 이유도, 명분도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자체와 시민을 농락한 이대 총장 및 이사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경기도도 즉시 성명을 통해 “경기도민, 특히 파주시민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이대를 압박했다.
이대 파주캠퍼스 무산에 파주시민은 극도로 분개하고 있다. 캠퍼스 예정지 일대는 2006년 말부터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일체가 제한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캠퍼스 건립을 고대하며 불이익을 감수해 온 주민 등 1,000여명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광장에서 이인재 파주시장과 황진하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대 파주캠퍼스 조성사업 포기 규탄대회’를 열며 항의했다. 서창배 이대유치주민자치위원장 등 5명은 삭발로 울분을 표했다. 주민들은 연좌농성과 1인 시위 등으로 이대 앞에서 무기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도와 시는 이대가 캠퍼스 포기 입장을 고수할 경우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동안 도와 시가 파주캠퍼스 유치를 위해 간접 지원한 예산은 50억원이 넘는다. 시 관계자는 “예산 손실 및 주민 피해에 비해 이대의 사업 포기 이유는 너무나 궁색하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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