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삼성전자 주가(68만원)는 70만원 벽이 무너졌다. 52주 신저가다. 70만원 밑으로 떨어진 건 2년만이고, 시가총액도 2009년7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밑으로 추락했다. 6개월전 꿈의 100만원 고지를 밟은 것(1월28일 101만4,000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망가지지 않은 주식이 없지만, 좀처럼 경기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추락에 증시의 심리적 충격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을 보는 논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세계 IT산업의 격변 흐름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도 동반 추락하는 것이란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 자체가 위기라는 시각이다.
일단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만의 위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세계경제의 더블 딥 우려와 IT산업의 지각변동이 맞물린 결과란 얘기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반도체와 LCD가격은 원가 이하 수준으로까지 추락한 상황.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C수요 부진으로 반도체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LCD도 3DTV와 스마트TV 판매가 부진해 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 주가의 발목을 잡는 건 바로 이런 IT수요의 위축"이라고 말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전세계 IT 업황이 좋지 않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더 나쁠 수 있다"며 "이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는 부분인 만큼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휴대폰 쪽에서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 연구원은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폰 업체 1위 등극을 앞두고 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만큼은 잘 짜여져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의 1등 품목이나 영업이익을 떠나, 과연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애플과 구글로 양분되어 가는 현 IT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고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은 역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물론 '하드웨어의 종말'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있다. 박병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 경기 침체로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고비용 장치산업인 하드웨어보다는 서비스업인 소프트웨어가 주목을 받는 것"이라며 "세계의 IT 중심축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옮겨갔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모두 소프트웨어 업체이며, 애플도 결국은 아이폰(하드웨어)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담기는 앱(소프트웨어)의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LCD TV 휴대폰 등 압도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에 비해 운영체계(OS) '바다'로 상징되는 소프트웨어의 힘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는 집중적인 투자와 인력투입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창의성과 사고의 전환 없이는 만들 수 없다"면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에 불균형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병호 교수는 "삼성전자는 모험 보다는 안전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소프트웨어의 근간인 창의적 사고를 이끌어 내려면 실패도 용납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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