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박정환 시대다. 후지쯔배 우승을 기점으로 한국 바둑계 '미래권력' 박정환의 본격적인 '대권 행보'가 시작됐다.
박정환의 이번 후지쯔배 우승이 자신의 생애 첫 세계타이틀 획득이자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이지만 국내 바둑계에서 이를 놀랍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래 전부터 박정환에게 거는 바둑계의 기대가 워낙 커서 세계대회 우승은 시간 문제일 뿐 어차피 예정된 과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역시 박정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8세 세계챔피언 박정환은 조남철,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로 이어져 온 한국바둑 최강자의 계보를 온전히 물려받을 준비가 돼 있음을 만천하에 확인시켰다. 이창호가 1992년 열일곱 살 때 동양증권배서 우승, 세계타이틀을 처음 품에 안았고 이세돌은 2003년 스무 살 때 LG배서 우승하는 등 국내 최고기사들이 대충 10년 터울로 세계 정상에 올랐던 것을 돌이켜 보면 시기적으로도 딱 들어 맞는다.
1993년생으로 다섯 살 때 바둑돌을 처음 잡은 박정환은 바둑을 배운지 8개월 만에 전국규모 어린이대회 결승전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물리치고 우승, 이창호 이세돌에 버금가는 바둑신동으로 입단 전부터 바둑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 5월 입단 후 초고속 승단을 거듭해 불과 4년 만인 2010년 12월 만 17세 11개월의 나이에 9단이 됐다. 최단기간 승단 기록이자 국내 최연소 9단 승단 기록이다. 종전 최연소 기록은 박영훈의 19세 3개월이었다.
박정환은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한 번, 원익배 십단전에서 두 번 우승했고 현재 KBS바둑왕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남자단체전과 혼성페어 부문에서 우승,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 지난 4월 비씨카드배 준결승전에서 이세돌에게 패한 충격이 컸는지 이후 TV아시아선수권 LG배 등 주요 기전에서 잇달아 패배, 입단 후 처음으로 7연패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컨디션을 회복해 최근 12연승을 달리고 있다.
박정환의 후지쯔배 우승으로 한국은 이세돌의 비씨카드배와 춘란배, 최철한의 응씨배와 더불어 세계타이틀 4개를 보유, 중국을 앞서게 됐다. 중국은 현재 구리가 삼성화재배, 파오원야오가 LG배, 콩지에가 TV바둑아시아선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