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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열다섯 살 소녀 최정, 반상의 새 역사를 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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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열다섯 살 소녀 최정, 반상의 새 역사를 두다

입력
2011.08.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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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제39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통합예선 결승전에서 매판마다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이변이 속출, 바둑팬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결승전 첫 날에는 입단한 지 1년도 안 돼 아직 랭킹에도 오르지 못한 새내기 프로 나현(초단)이 랭킹 19위 홍성지(8단)를 누르고 생애 처음으로 명인전 본선무대에 올라 파란을 예고하더니 지난 9일에는 아마추어 조인선이 쟁쟁한 프로기사 다섯 명을 잇달아 제치고 명인전 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가 본선에 출전하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16일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올해 열다섯살인 단발머리 소녀기사 최정(초단ㆍ충암중 3년)이 예선결승에서 국내 정상급 기사인 랭킹 9위 조한승을 물리치고 당당히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정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이다. 명인전에서 여자기사가 본선무대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나이웨이 박지은 등 내로라 하는 여자바둑 최강자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꿈을 국내 최연소 여자기사인 최정이 마침내 달성한 것이다.

이날 대국에서 최정은 초반에 상대가 약간 느슨하게 두는 틈을 놓치지 않고 우세를 차지한 후 침착한 반면운영으로 조한승에게 전혀 역전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조한승은 올초부터 여자상비군 전담코치를 맡아 지난 6개월간 최정을 비롯한 여자상비군 선수들을 지도해 왔다. 훈련기간 중에는 최정이 조한승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데 실전대국 첫 판에서 승리했으니 스승의 은혜를 톡톡히 갚은 셈이다.

대국 후 최정은 "초반이 잘 풀린 이후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조한승 사범님에게 그동안 몇 판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오늘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승리를 거뒀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최정은 지난해 5월 입단, 올해 이동훈(13)이 입단하기 전까지 국내 최연소 프로기사였다. 입단 첫 해에는 아직 프로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1승6패로 부진했으나 올 들어 여류명인전 여류국수전 등 여자기전에서부터 서서히 좋은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지지옥션배 연승대항전서 서능욱 차민수 서봉수 장수영 오규철 등 쟁쟁한 남자 시니어기사 여덟 명을 잇달아 물리치면서 바둑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운이 좋았나 보다" 했지만 이번 명인전 본선 진출로 결코 운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치러진 명인전 통합예선 결승전에서 나현(16 ㆍ초단) 이태현(21ㆍ4단) 김승재(19ㆍ4단) 박정근(25ㆍ4단) 조인선(21ㆍ아마) 윤찬희(21ㆍ3단) 김형환(25ㆍ5단) 최정(15ㆍ초단) 등 여덟 명의 본선 진출자가 결정됐다. 모두 스무살 안팎의 신진기예들이고 6단 이상 고단자는 한 명도 없다.

23일에는 아마추어 황재연과 이지현(2단), 진동규(6단)와 이정우(8단)의 예선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아마추어의 두 번째 본선 진출이 이뤄질 지 여부와 고단진 유일의 본선 진출자가 과연 누가 될 지가 관심거리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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