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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SKT 고객서비스센터 '고졸 실장' 3인방 "대학 안나와 힘드냐구요? 최우수 사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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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SKT 고객서비스센터 '고졸 실장' 3인방 "대학 안나와 힘드냐구요? 최우수 사원인데요"

입력
2011.08.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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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사원. 한국 사회에서 2류 인간의 상징쯤으로 여겨지는 부류다. 관리직으로 진급 좀 하려고 밤잠 반납하고 스스로를 들들 볶아도 굳건한 성벽이 턱하니 가로막고 비집을 틈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졸 사원에 비해 월급은 왜 이리 짜고, 해고의 위험은 왜 이리 널찍한지. 그래서 모두 매리 질끈 싸잡아 매고 대학 가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SK텔레콤 고객서비스센터에서는 좀 다르다. 이태미(28) 당산센터 상담실장, 김학윤(27) 보라매센터 상담실장, 조선미(26) 장안센터 고객보호원 실장 등 동기(2006년 6월 입사) 고졸 사원 3인방의 묵직한 존재감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입사 5년 만에 나란히 실장 자리를 꿰찼다. 이 회사에서는 잘 나가는 직원도 실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7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말로 특출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고객센터 직원 3,000명 중 오직 100명만 오를 수 있는 귀한 직분이라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실장은 5년 연속 모범사원으로 선정된 데다 신입 직원의 멘토 역할을 100% 완수해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실장은 남자 사원으로는 드물게 5년 동안 상담품질최우수사원에 올랐고, 조 실장은 근무 부서에서 실장을 대리해 업무를 수행하면서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한껏 과시한 점이 발탁 이유가 됐다.

이 실장과 김 실장이 맡고 있는 상담실장은 일반상담사 15~20명을 이끄는 직책이다. 일반상담사가 자신에게 들어온 전화 상담 중 자기 수준에서 응대가 어려운 것들을 넘기면 전문 지식과 소통 기술 등 자신만의 무기를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 임무다. 상담 과정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지곤 하는 팀원을 다독이고 활기를 불어넣는 리더 역할도 해야 한다.

조 실장이 담당하는 고객보호원 실장은 일반상담사가 어려워 상담실장에게 넘긴 전화 상담 중 상담실장도 처리하지 못해 이첩하는 것들을 다룬다. 말 그대로 '최후의 보루'고 '해결사'다. 별도로 이끄는 팀원은 없지만 능숙한 말솜씨와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면 감히 맡을 수 없는 일이다.

세 사람은 고교 졸업 후, 또는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이 직업을 택했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을 못하는 한국적 상황을 목도하며 대학 레테르가 자신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안 되겠다 싶어 두 눈 질끈 감고 고졸 사원의 길로 나선 것이다. 그래야 하루빨리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대견한 생각도 있었다.

수원여대 제과제빵과에 입학했던 이 실장은 대학을 6개월 만에 작파하고 애견미용센터에 잠깐 다니다 이곳에 들어왔다. "이 회사를 다니기 전 고객이었을 때 고객센터에 전화를 한 적이 있는데 상담사가 친절과 진심, 그 자체였어요. 상담사들이 좋아 하릴없이 그냥 전화를 하기도 했어요. 그 아름다운 일을 위해 별 의미 없는 대학 집어치우고 입사했지요."

김 실장도 세명대 컴퓨터정보학부를 1년 만에 그만두고 6개 직업을 거쳐 이 회사에 들어왔다. "등록금이 아깝더라고요. 뭐가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조 실장은 경기 의정부시 경민여자정보고를 졸업한 뒤 농협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입사했다. "고교 때부터 '한 목소리' '한 말발' 했는데 서비스가 천직이다 싶어 대학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취직한 거예요."

세 사람이 이 회사 문을 두드린 건 다른 회사에 비해 안정적 근무가 보장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자신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 보너스를 받고 승진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 큰 매력이었다.

이들은 20대지만 30, 40대 직원들까지 챙겨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따라서 부단한 자기 연마는 필수. 이를 위해 이 실장은 사내대학에서 1년에 자격증 1개씩을 딴다는 엄청난 목표도 세웠다. 조 실장도 질세라 사내대학에서 협상 스킬에 대해 공부하겠다고 한다.

모두 5년 동안 상담 일을 해왔으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을 터. 조 실장에게 들은 한마디. "하루는 상담 전화를 받았는데 다짜고짜 '나 지금 자살한다'는 거예요. '왜요, 고객님' 했더니 '내 옆에 시너가 있는데 당장 회장 안 바꾸면 온몸에 붓고 라이터로 불 확 붙이겠다'고 하더라고요. '고객님, 제가 고객님 인생의 마지막 전화를 받고 싶지는 않군요'라고 농담처럼 말했더니, 금세 풀어지더라고요."

젊은 그들.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 얻어야 할 것이 더 많다. 당연히 꿈도 다부질 수밖에 없다. "쫀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후엔 임원이 되고 싶어요." 이 실장의 희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건 왜일까.

이은호 선임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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