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름 '심은경'으로 유명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주한 미국 대사가 17일 "(동해 표기와 관련) 한국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워싱턴의 동료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열린 이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애국가가 '동해'로 시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 정부기관에선 지리적 명칭을 담당하는 기구의 결정을 따르도록 돼 있고, 어떤 지역이든 단일 지명을 사용한다는 게 오랜 관행"이라며 "미국은 같은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이 이 문제를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08년 9월부터 약 3년간 부임해온 스티븐스 대사는 9월초 성 김 주한 미국 대사 내정자의 인준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이임한다.
- 대북 식량지원이나 6자 회담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식량 지원은 정치적ㆍ외교적 목적과 연계하고 있지 않다. 다른 지역의 식량 사정 등과 비교하고 모니터링이 가능하느냐는 기준에 따라 검토될 것이다. 6자 회담의 경우 북한이 우선 9ㆍ19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9ㆍ19 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선의 틀이다. 북한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조치를 취하길 고대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과의 관계는 진전이 없었다.
"5년 여동안 북아일랜드 협상을 맡은 적이 있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아주 어렵게 1998년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이 협상이 실행된 것은 2008년이다.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갔다 생각했었지만 아니었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노력이 결코 쓸 데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며 한 목소리를 내려고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블로그와 트위터 활동을 통해서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미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해선 안 된다고 생각, 쌍방향 소통을 위해서 도입하게 됐는데 한국인이 좋게 봐 준 것 같다. 오랫동안 한국을 보면서 이 나라가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이뤘는지 가슴으로 느껴왔다. 한국이 경제 발전뿐 아니라 민주화란 꽃을 활짝 피우는 것을 목격한 것은 영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워싱턴의 조지타운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 한국어로 된 책들을 많이 선물 받았는데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사실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많다. 80년대 김수환 추기경께서 인권과 민주화와 관련, 많은 영감을 주신 것을 잊지 못한다. 오늘 아침에는 김대중도서관을 방문,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다시 확인했다. 앞으로도 미국의 외교와 한미관계 등에 기여하고 싶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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