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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피해 경기 남부지역에 가보니…"긴 장마와 싸웠는데 이젠 해충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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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피해 경기 남부지역에 가보니…"긴 장마와 싸웠는데 이젠 해충과의 전쟁"

입력
2011.08.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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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남부의 한 인삼 밭. 잎 줄기가 5개로 갈라져 나와 올해만 잘 넘기면 최상등품(6년근)이 되는 5년근 인삼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자양분을 한껏 머금어 파릇파릇해야 할 잎들이 누렇게 시든 채 늘어져 있었다. 미국에서 온 선녀벌레가 잎의 즙액을 빨아 먹고 지나간 흔적이었다.

인삼 밭에 인접한 야산. 커다란 밤나무 줄기에 5, 6㎜ 크기의 미국 선녀벌레들이 새하얗게 달라 붙어 있었다. 옆 단풍나무 잎을 뒤적여 보니 선녀벌레 애벌레들이 배출한 하얀 왁스 물질이 뒤덮여 있었다. 이미 그을음(해충의 배설물 등으로 잎이 검게 변하는 현상)이 발생해 색깔이 시커멓게 죽어 있는 나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어느 해보다 길었던 장마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신부날개매미충 등 '해충 3종 세트'가 경기도 전역을 뒤덮으며 농작물에 치명상을 주고 있다.

북미에서 온 외래 해충인 미국선녀벌레는 2009년 서울 우면산 인근에서 처음 발견됐다. 지난해에는 경기 파주, 용인의 야산을 중심으로 번식했지만 농작물에는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산림지역을 벗어나 인근 인삼밭과 복숭아, 포도, 산수유 등 과수 농가까지 해를 입히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농기원) 이영수 농업연구사는 "주로 산림지역에 서식하는 미국선녀벌레가 이처럼 과수에 큰 해를 끼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인삼은 여름에 양분을 잎에 모았다가 가을에 뿌리로 내려 보내면서 생장이 이뤄지는데 잎이 이렇게 상하면 상품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갈색날개매미충이 경기 북서부 일대를 뒤덮으며 산수유, 블루베리 등 유실수 농가들이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말에는 신부날개매미충이 경기 동부의 인삼 농가와 과수원을 덮치면서 농기원이 긴급 방제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5년근 인삼의 경우 농약 잔류물질 등을 우려해 사실상 방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농민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님(Neem) 나무 추출 물질인 천연 방제제를 이용해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한 농민은 "밭 주변에는 방충제를, 밭에는 친환경 방제제를 뿌리고 있지만 소문이 날까 봐 쉬쉬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기원은 특히 국내에 유입된 지 2년밖에 안된 미국선녀벌레가 올해 '돌발 현상'(개체수가 갑자기 늘어나 피해를 양산시키는 현상)을 보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북미의 추운 날씨에 적응이 돼 있는 미국선녀벌레들이 유독 추웠던 올해 겨울을 견디면서 다른 해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살아 남은데다, 국내에 유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미나 조류 등 천적 관계가 아직 형성돼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해충 억제 활동은 방제 시기가 가장 중요한데 올해는 긴 장마로 적절한 방제 활동을 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주 등 일선 시ㆍ군에서는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길어지고 강수 일수가 많아짐에 따라 콩노린재 등 해충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농기원은 일선 시ㆍ군 담당자들과 예찰 활동을 통해 피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편, 해충 판별을 위한 홍보물 제작ㆍ배포, 효과적인 방제 대책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이영수 연구사는 "선녀벌레와 매미충은 적기에 방제활동을 하면 비교적 쉽게 사라지는 해충"이라며 "산란지인 줄기 속이나 나무껍질 틈을 살펴보고 확산 및 피해 여부를 농기원에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3종 해충 방제법

ㆍ미국선녀벌레: 일반 방제약품으로도 살충이 가능하다. 올해는 번식 지역이 넓고 밀도가 높아 초기 방제가 중요하다.

ㆍ갈색날개매미충: 주로 산수유, 블루베리, 대추나무 등 유실수에 해를 입힌다. 공식 등록된 방제약이 없어서 꽃매미 약제로 살충한다.

ㆍ신부날개매미충: 통상적으로 발견되는 산림해충으로, 꽃매미 약제로 방제하되 인삼밭에는 등록된 약제만 사용해야 한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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