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역사(사적 제284호)가 불을 환히 밝혔다. 2004년 신 역사 개통과 함께 문을 닫고 원형복원 공사에 들어간 후 7년만이다. 1925년 준공 당시 건물로 복원된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새 이름은 '문화역서울 284'.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운용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6개월여 시험 운용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내년 3월 정식 출범하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관 기념 전시 '카운트 다운'이 열리고 있다. 김수자, 김홍석, 슬기와 민, 박찬경, 사사, 이불, 함진 등 30여명이 서울역을 재해석한 설치, 조각, 영상 등 작품이 역사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는다.
1층 중앙홀에는 크리스털과 아크릴 등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이불의 작품 'The Secret Sharer'와 솟구치는 물기둥처럼 보이는 김홍석의 '분수'가 설치돼 새로운 문화공간의 탄생을 알린다. 그 옆 대합실로 쓰였던 공간에서는 멋들어진 샹들리에 아래에서 월 1회 전통무용가 이정화의 '휘황찬란 교방춤' 공연이 펼쳐진다. 대통령이 열차를 기다렸던 귀빈실에선 사람들이 모이고 떠나고 돌아오는 곳이었던 서울역의 의미를 되짚은 우순옥의 설치작품 '대합실'과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손 이구(1931~2005)의 삶을 통해 근대사를 재조명한 이불의 공간음향시뮬레이션 'Bunker(M. Bakhtin)'를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작가들이 조선 최고의 양식당이었던 '서울역 그릴'을 새로 꾸몄다. 과거 조리실 공간은 작가 사사의 영상 작품을 통해 재해석된다. 작가 등 5명이 설거지를 하고, 과일을 깎고, 통닭의 살을 발라내는 등 다섯 편의 손동작을 담은 영상을 매달 한 편씩 차례로 보여준다. 화장실과 이발실은 복원공사 때 수집한 건축 부자재와 준공 당시의 샹들리에 등을 볼 수 있는 복원 전시실로 재탄생 됐다.
역사 바깥에도 서울역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 설치됐다.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미디어캔버스에는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 상영돼 서울역 광장의 시위, 집회, 노숙자, 이민자, 이동과 만남의 역사와 조우한다. 양수인의 '있잖아요'는 서울역사 입구에 설치된 박스에서 1인당 10초간 자유발언을 하는 작품. 서울역 광장의 의미를 넣었다.
김성원 전시총괄기획 담당자는 "내년 3월 공식 출범까지 6개월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추가해 문화재와 현대문화의 생산적 공존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역은 공식 출범 이후 공연 전시 이벤트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9월 30일까지 무료입장, 10월부터는 성인 2,000원. 전시는 내년 2월 11일까지. (02)3407-3500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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