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잠꾸러기였다.
16일 오후 9시20분께 숙소인 대구 그랜드호텔에 투숙한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는 12시간이 지난 17일 오전 9시45분께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1층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충분한 잠이 신기록의 원동력”이라고 되뇌던 그답게 얼굴에서는 전날의 피로를 찾아볼 수 없었다.
황제라고 먹고 자는데 특별대우는 없었다. 볼트가 묵은 7층 방은 함께 입국한 자메이카 선수단 9명과 똑같은 25㎡ 크기의 일반 객실이었다. 다만 196㎝ 장신인 그에게 기존에 있던 침대의 길이가 짧은 것을 감안, 호텔 측이 발 받침대를 하나 더 넣어준 것이 전부였다.
로비에서 “바깥에 나가기 싫다. 룸서비스는 되느냐”고 통역관에 묻던 볼트는 오전 10시까지 아침 뷔페를 운영하는 1층 커피숍 ‘더 라운지’ 구석 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토스트와 베이컨, 오렌지주스, 과일로 아침 식사를 마친 볼트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올라가 휴식을 즐겼다.
오후 4시40분이 지나서야 로비로 내려온 볼트는 미리 대기 중인 28인승 리무진버스에 올라 동료 선수단과 함께 전지훈련장인 경산육상경기장으로 떠났다. 볼트는 외부공개가 금지된 경기장 안에서 스트레칭과 뜀박질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볼트는 23일 선수촌으로 숙소를 옮기기 전까지 매일 오후 5∼7시에 이곳에서 적응훈련을 할 예정이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