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분규가 한창이던 지난 50여일 간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조남호 회장이 지난달 2주 간 국내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희망버스' 등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던 시점에 최고책임자인 조 회장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이날 국회 한진중 청문위원들에게 제출한 조 회장의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6월 17일 일본으로 출국한 조 회장은 필리핀 홍콩 영국 등을 거쳐 지난달 13일 귀국했다. 조 회장은 26일까지 2주간 국내에 머물다 27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이달 7일 귀국해 1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회장이 국내 체류 중이던 지난달은 사태 해결을 위한 조 회장 청문회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던 시기다.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는 이를 위해 단식농성까지 했었다.
그러나 당시 사측은 "조 회장이 신규 수주 활동을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이며, 정확한 귀국 시점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조 회장이 재출국한 26일은 4일 앞으로 다가 온 '3차 희망버스' 행사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분열 양상을 보이던 시점이었는데도 조 회장은 국내에 없는 것처럼 잠행하다 비밀리에 출국한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조 회장은 업무 일정대로 움직였을 뿐이고, 회사의 국내 문제는 이재용 조선부문 사장이 전담해 회장의 출국 사실을 따로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매도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레인 위에서 224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이번 일은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조 회장이 출석하는 국회 환경노종위원회 한진중공업 청문회는 18일 오전 10시 열린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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