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정숙이의 꿈은 의사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왼쪽 손과 발을 쓸 수 없는 아빠, 뇌병변장애로 철부지 아이 같은 엄마, 그리고 엄마와 같은 장애를 안고 태어난 동생 희천이를 고쳐주고 싶어서다. 18일 오전 11시 40분에 방송하는 KBS1 현장르포 동행 '희천아, 조금만 기다려'는 정숙이네 가족의 가슴 시린 희망가를 담았다.
매일 아침 정숙이 아빠 박기훈(56)씨는 삼륜 오토바이를 몰고 집을 나선다. 불편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물 줍는 일이 고작이다. 삼륜오토바이는 10년이 넘어 걸핏하면 고장이 난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소중한 보물이다.
기훈씨는 자신처럼 장애를 안고 있는 미경씨를 만나 정숙이를 낳고 힘들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막내아들 희천이가 뇌병변 장애를 안고 태어나면서 가족에게 시련이 닥쳤다. 재활과 전문교육을 위해 희천이는 시설로 옮겨졌고 가족은 1년에 두세 번밖에 함께 지내지 못하게 됐다.
사춘기가 된 정숙이는 이런 상황이 불만스러울법한데도 불평 없이 장녀 역할을 다하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동도 불편하고 숫자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님과 동생 희천이를 위해서는 공부만이 길이라고 생각한다. 방학 중에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관을 찾아 다니며 공부를 하고 틈나는 대로 엄마 아빠에게 한글 과외를 해준다. 장애가 있는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열다섯에 벌써 어른이 된 정숙이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석 달 만에 집에 온 희천이와 만난 것도 잠깐, 어김없이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가족은 참고 또 참은 눈물을 터뜨리며 이별을 아쉬워한다. 정숙이네 가족은 언제쯤 다 함께 살 수 있을까, 행복은 과연 웃음지으며 찾아올까.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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