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이 친환경 식품인 줄 알았는데, 이럴수가..."
"이젠 소금도 맘대로 못 먹겠네요."
16일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하루 종일 분노한 소비자들의 글이 넘쳤다. 발단은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에 제초제와 살충제 등 농약이 마구 사용되고 있다는 한 언론사의 기사였다. 최근 1~2년 동안 풍부한 미네랄이 함유돼 있고 맛도 좋아 인기가 높아진 천일염을 즐겨 먹었는데, 배신감을 느꼈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현재 주요 기업에서 상품화해 판매하는 천일염의 생산지는 농약을 쓰지 않는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어렵게 쌓아 올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한 순간에 잃을까 봐 소금 생산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오천년의 신비'란 브랜드로 천일염을 생산 중인 CJ제일제당은 "농약을 주기는커녕 공장에 들어가려면 에어샤워를 통과해야 하고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신경 쓰는 등 품질과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전남 신안군 신의도 갯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천일염 생산시설인 신의도천일염㈜을 현지 염전주와 합자 형태로 준공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우리는 천일염 염전주와 개별 계약을 통해 납품 받는 형태가 아니라, 신의도 염전주들이 직접 주주 겸 생산자가 되고 CJ제일제당이 브랜드 및 품질관리, 기술제공 등을 하는 모델이어서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기사를 보면 염전에서 함초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초제를 쓴다고 하는데, 신의도는 함초 자체가 많이 자생하지 않는 지역이라 수작업으로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안섬 도초도에서 '신안섬 보배' 브랜드 천일염을 생산하는 대상 역시 "우리 제품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대상 관계자는 "도초도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이 서로 농약 등을 사용하거나 오염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 우리 직원들이 방문했을 때도 함초나 망둥어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말 현지 실사까지 거쳐 국내 최초로 유대인 청결식품 인증 마크인 '코셔(Kosher)' 마크를 획득한 데서 할 수 있듯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것. 대상 관계자는 다만 "오늘 기사로 생길 수 있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했고, 자체 식품연구소를 통해 소금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숨쉬는 갯벌 토판염'을 판매하는 풀무원 역시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사업 진출 초기 대기업처럼 한 섬 전체를 염전 생산시설로 할 수 없다 보니 중소규모 염전과 공급계약을 맺기 위해 돌아다녔는데, 실제로 일부 염전들은 약품을 사용하거나 저장고 청결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풀무원의 기업 이념에 맞도록 철저한 관리가 가능한 염전을 일일이 찾아내 계약했다"고 밝혔다. 샘표 등 천일염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도 "기사에 나온 곳은 우리가 판매하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고 밝혔다.
식품업계는 최근 부쩍 인기가 높아진 천일염에 대한 신뢰가 이번 '농약 파동'으로 크게 흔들릴까 봐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물론 농약을 사용하는 천일염 염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모든 천일염에 농약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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