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마디에 애먼 한국은행 총재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공기관도 그렇고 총재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이 민주화 사회에 맞지 않는다. 바꾸는 게 좋겠다. 가능한 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바꿀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국제협력단(KOICA)이 총재 명칭을 이사장으로 바꾸겠다는 보고에 대한 반응이었다.
현재 정부산하 기관 중 수장을 '총재'라 부르는 곳은 한국은행과 1949년부터 총재 직함을 유지해 온 대한적십자사 등이다. 1950년 설립 이후 현 24대 김중수 총재까지 60년 넘게 총재 직함을 써온 한국은행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수장을 가리키는 'Governor'는 은행장보다 총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며 "만약 총재에서 은행장으로 바뀌면 오히려 민간 상업은행과 혼동을 불러오고 공적 기관의 이미지가 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선시대 총재관이라는 벼슬도 있었는데, '총'(總)자만 들어가면 죄다 권위적이냐"고 반문했다.
한은 총재 명칭에 대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산업은행이 2008년 민영화를 추진하며 총재에서 은행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한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위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에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무엇보다 총재 명칭을 변경하려면 한은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제3장 집행기관과 감사 등 조직 규정에서부터 총재의 권한과 역할 등 법안 곳곳에 들어간 '총재'라는 단어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지 권위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총재 명칭을 바꾸기엔 부작용과 낭비가 심하다"고 주장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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