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레이스 점화가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이 생긴데다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범현대가 그룹과 함께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외국 학술지에 외교안보 구상을 담은 글을 기고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16일 "정 전 대표가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에 시의적절하게 사재 출연이라는 흥행 카드를 잘 던진 것 같다"면서 "정 전 대표가 다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면서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의 행보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권의 대선 레이스 조기화 전망은 친이계 주자들의 결속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그 동안 다소 느슨했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 전 대표와 이 장관은 독도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연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머지않아 장관직을 그만두고 당에 복귀하게 되는 이 장관은 '동해'의 '한국해' 표기를 주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정 전 대표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위해 내놓겠다는 것으로 아주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대표도 내달 6일 자전적 에세이 출판기념회를 갖고 대선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이어 시장과 자유 등 보수의 가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도 펴내고 9월부터 지방 순회 강연도 재개할 예정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요즘엔 수해 복구 등 지사직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대선을 겨냥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ㆍ안보 상황에 대한 자신의 구상과 원칙을 담은 원고를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해 조만간 게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기고문을 통해 북핵 문제 해법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경색된 남북관계는 풀어야 한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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