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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 D-10/ 무게 100g대 '새털같아'…바닥은 몸이 튕겨 나갈 만큼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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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 D-10/ 무게 100g대 '새털같아'…바닥은 몸이 튕겨 나갈 만큼 단단

입력
2011.08.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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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유전적 요인 40%,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낙천적 성격 20%, 코치의 적절한 지도와 본인의 노력 40%.

육상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의 광속질주 비결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뿐일까.

실제 볼트의 몸 속에는 근육을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유전자 '액티넨 A'가 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액티넨 A는 자메이카와 서부 아프리카 지역 거주민들에게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볼트의 성격은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9초69의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나서 기자들이 "총알 스피드의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잠을 푹 자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경쟁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트랙에서 몸을 푼 데 반해 자신은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나서 결승 1시간 전에 스타디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첨단 과학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빨리 달리게 채찍질하지 않고, 무위(無爲)한 대신 질주 유전자가 스스로 폭발하게끔 했다는 말이다. 스포츠가 과학의 힘을 빌려 인간의 한계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마당에 적어도 볼트에게선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과학의 대표적인 쾌거는 물의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인 수영복 개발이 꼽힌다.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첨단 전신 수영복으로 무장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8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2시간여를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도 스포츠 과학이 빛을 발한다. 몸무게 65kg인 사람이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달리는 동안 한쪽 발이 견뎌야 하는 무게는 무려 1만톤. 무릎과 발 근육 손상을 막기 위한 특수 마라톤화 개발은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10초 이내의 찰나에 끝나는 육상 100m 레이스. 여기에도 과학이 설 자리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볼트의 질주도 순전한 무위의 힘은 아니다. 그의 광속질주를 뒷받침하는 에너지는 바로 신발 속에 숨겨져 있다. 그런 점에서 ?L트에게 신발은 기록 경신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볼트는 지금까지 세계 기록을 세 차례 갈아치웠다.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때마다 신은 신발이 푸마의 '테시우스 Ⅱ' 스파이크다. 특히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서 100m와 200m 세계기록을 찍을 때 신은 신발은 한 짝 무게가 204g에 불과했다. 일반인이 신는 운동화 절반 정도의 무게였다. 푸마 측은 볼트가 이번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신을 신발의 무게는 100g대 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발 크기는 196cm의 장신에 상응하는 330mm. 폭은 10cm에 달한다.

볼트는 대구 대회에서도 테시우스Ⅱ를 신을 예정이다. 푸마 측은 "볼트가 대구 대회에서 신을 신발에 한해 '볼트 스파이크'로 명명했다" 며 "색상은 경기 당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마 측은 "볼트가 베이징올림픽 때 신은 신발 색상은 황금색, 이듬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오렌지색,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 리그에서는 흰색이었지만 대구 대회에서는 전혀 새로운 색상을 선 보일 것" 이라고 말했다.

캥거루 가죽 재질로 만든 볼트 스파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착화감. 볼트는 "발에 착 감기는 듯한 느낌을 줘 맨발로 달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안감은 새끼 양 가죽을 보드랍게 보풀린 극세사 스웨이드 (Suede) 섬유로 처리했다.

테시우스Ⅱ 스파이크의 밑바닥은 아주 딱딱하다. 지면에 닿자마자 튕겨 나갈 정도로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반 러닝화나 마라톤화처럼 밑바닥이 부드러우면 지면과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져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신발 밑바닥 전족 부분에 '징'으로 불리는 스터드 8개가 박혀 있는 것도 이채롭다. 징이 앞부분에 몰려 있는 까닭은 순간 스피드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단뛰기, 멀리뛰기 선수들도 같은 이유로 징이 달린 스파이크를 착용한다.

푸마는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아성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볼트를 후원함으로써 운동화부문에선 아디다스를 제치고 '넘버 2'로 떠올랐다.

볼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TV 카메라 앞에서 자메이카 국기와 함께 푸마의 로고가 선명한 황금색 스파이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푸마 측은 "볼트가 황금색 운동화를 양손에 든 장면이 나간 지 한 시간 만에 전 세계에서 같은 디자인의 러닝화 200만 켤레가 판매됐다"고 밝힌 바 있다. 후원사에 대해 이같이 화끈한 서비스를 한 볼트를, 영국의 스포츠산업 전문 월간지는 최근 '가장 상업적 가치가 높은 스포츠 선수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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