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가(家)가 사재를 모아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반가운 뉴스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ㆍ경제적 강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주문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설립취지와 활동방향이 담고 있는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단의 출연규모는 삼성꿈나무 장학재단의 8,000억 원에 버금가는 5,000억 원에 달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출연방식에서 기업 돈이 바탕인 기존 재단들과 다른 점이 주목된다. 현대중공업그룹 6개사와 KCC 현대백화점등 기업 차원의 출연도 하지만 정몽준 의원이 현금 300억 원과 주식 1,700억 원 등 총 2,000억 원을 출연한 것을 비롯해 정상영 KCC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창업자 가족 개인재산이 전체 출연액의 절반 가까이 된다.
설립 취지와 배경에도 남다른 점이 있다. 상당수 대기업의 재단 설립이 사건 뒤끝의 여론 무마용인 측면이 강한 반면 아산나눔재단은 창업주의 유지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설립됐다. 재단 설립에 관여한 고위 관계자는 "정주영 기념관 설립 등 창업주의 10주기를 기념하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으나 나눔 활동을 구체화하고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맨손으로 출발한 고인의 뜻을 기리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운영 역시 재단에 일임하고 현대가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대선주자 예비후보 중 한 명인 정 의원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재단을 설립했다거나 출연 자체가 자신들과 무관한 복지재단에 100% 일임하지 않은 것이므로 호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가의 맏형 격인 현대기아차그룹이 빠져 창업주의 유지라는 의미가 퇴색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발적 사재 출연이라는 형식과 청년창업에 집중하고 온전한 나눔에 일관한다는 내용 면에서 국내 기부문화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빈부격차 축소와 따뜻한 사회 실현은 정부의 복지재정 뿐 아니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서도 추진해야 할 일이다. 다른 대기업으로의 확산 여부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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