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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토로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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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토로라의 추억

입력
2011.08.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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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가 폴 갈빈은 자동차에 라디오를 설치하면 큰 돈을 벌 것으로 생각했다. 1920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피츠버그에 세계 최초로 고정 라디오방송국을 개국한 지 10년쯤 뒤의 일이다. 갈빈은 연구 끝에 자동차용 라디오를 개발, '모토 로라'(MOTO LORA) 상표를 달아 판매했다. 자동차의 소리라는 뜻의 모토 로라 라디오는 날개 달린 듯 팔렸다. 그에 힘입어 직원 5명과 함께 전기 정류기 제조로 출발한 회사가 크게 성장하자 갈빈은 회사 이름을 아예 모토로라로 바꿔 달았다. 세계 유ㆍ무선통신사에 쓰여진 모토로라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 모토로라가 내놓은'세계 최초' 명품은 무수하다. 2차대전 중 미 전쟁부 발주로 제작된 군 무전기 워키토키 SCR_300도 그 하나. 등에 지고 다녔던 워키토키는 연합군 승리의 1등 공신으로 꼽힐 만큼 성가를 날렸다. 1956년엔 페이저(일명 삐삐)를 개발해 1990년대 중반까지 무선신호기 분야를 주도했다. 1960년대의 무선 휴대 텔레비전과 직각 컬러 TV도 세계 최초 리스트에 포함된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해"저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엔 커다란 도약"이라고 한 말도 모토로라의 위성중계기로 중계됐다.

■ 1973년 모토로라의 휴대폰 개발은 인류의 통신사에 일대 혁명이었다. 10년 후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휴대폰 '다이나텍 8000X'를 내놓았다. 벽돌처럼 투박하긴 했지만 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통신기기로 자리매김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1996년에 내놓은 최초의 플립형 휴대폰 '스타택'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어느덧 모토로라는 미국 시장의 60%를 점유할 정도로 절대 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그러나 1998년 북구의 변방 핀란드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의 새 강자로 떠 오르면서 모토로라 제국의 황혼이 시작됐다.

■ 80년의 풍상을 견디며 세계 IT산업을 주름잡아 오던 모토로라가 열댓 살의 구글에 먹혔다고 세계가 떠들썩하다. 모토로라는 노키아에 밀린 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아이덴 i1000'과 1억 3,000만대나 팔린 레이저 폰으로 부활을 시도했으나 한 번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지 못했다. 이미 공룡이 돼버려 전성기 시절의 기민함과 혁신성을 잃고 안주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도 새 강자가 옛 강자를 잡아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사라져 가는 강자의 쓸쓸한 뒷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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