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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제를 손쉽게 죽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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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제를 손쉽게 죽이는 방법

입력
2011.08.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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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오르는데 잡을 방법이 없다고? 기업들한테 사정도 하고 팔도 비틀어 봤는데 다 소용없다고? 그렇지 않다. 물가를 내리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다.

우선 이동통신요금. 방송통신위원회가 몇 달 동안이나 밀어붙였는데도 성과는 기본요금 1,000원 인하에 공짜 문자메시지 50통이 전부다. 정부 꼴만 우스워졌다.

대안통신사, 대안제과…

그렇다고 창피할 것 없다. 정부가 직접 통신사를 만들면 된다. 주파수는 어차피 정부 소유니까 공짜로 쓸 수 있고, 유통망은 우체국을 이용하면 어떨는지. 그래서 기본요금은 아예 없애고 통화료도 확 낮추는 거다. 보조금도 팍팍 주자. 어쩌면 진짜 '반값 요금'이 가능할지 모른다. 이쯤 되면 기존 통신사들도 따라오지 않을 수 없을 테고 결국 그토록 염원하던 통신요금 대폭 인하는 실현된다. 간단하고도 멋진 일 아닌가. 단 국영통신사란 표현은 좀 뭣하니까 '대안통신사'로 짓는 게 좋겠다.

내친 김에 과자회사도 하나 만들자. 1년 전 가격을 돌려달라고 그토록 요청했건만 제과회사들이 모른 체하는 바람에 정부는 체면만 구겼다. 이 수모를 확실하게 갚아주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제과회사를 세우는 거다.

밀가루 국제시세가 많이 올랐지만 조달청 같은 데서 대량 구매하면 원가는 낮출 수 있다. 얄팍한 상술도 절대 사절. 이렇게 해서 '반값 과자'를 만들면 새우깡이든 신라면이든 값을 내리지 않고 배길까. 다만 이 회사도 이름은 '대안제과'로 하자.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와 수수료 폭리만 챙기는 은행들이 밉다면 국영은행을 하나 세우면 된다. 아니 따로 설립할 필요도 없이, 잘 팔리지도 않는 우리은행을 완전 국영화하면 되겠다. 아니면 산업은행을 그렇게 키우든지. 서민들에겐 '반값 이자'로 대출도 해주고 수수료도 반만 받고, 결국 다른 시중은행들도 따라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곳도 관치 냄새 나는 국영은행 대신 '대안은행'이라 부르게 하자.

전세난도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건설회사를 만들어 임대아파트를 직접 짓는다. 전국에 노는 국유지가 얼마나 많은데, 땅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원가가 싸니까 '반값 임대료'도 가능하지 않을는지. 단, 서민 이미지가 팍팍 풍기는 국민임대아파트 대신 '대안아파트'로 명명하자.

만약 이 '대안'의 외연을 계속 넓혀간다면 반값 자동차, 반값 병원도 가능하지 않을까. 반값 설렁탕과 반값 자장면은 또 어떨까. 비로소 물가걱정 없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시장을 부정하고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게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구축(驅逐)효과 정도가 아니라 민간경제는 아예 소멸되고 말 것이다. 물가 잡겠다고 경제는 죽이는 일이다.

얼마 전 정부가 이상한 주유소를 언급했다. 공기업 주도로 국유지에 주유소를 만들어 값싼 기름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민간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이른바 '대안주유소'구상이었다. 시장에선 이를 "국영주유소에 다름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선수가 싫다고 심판이 뛰어서야

뭐 그런 주유소를 만들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기름값 낮추자고, 100% 민간경쟁영역에 정부가 뛰어드는 게 과연 옳은 걸까. 국영통신사, 국영제과까지는 아니지만 대안주유소 역시 정부가 자꾸 시장에 끼어들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 경기장 안의 선수(기업)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심판(정부)이 직접 뛴다면 경기(시장경제)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대안주유소가 성공한다면 분명 기름값은 낮아질 것이다. 대신 민간 석유시장은 왜곡되고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울러 물가 진압에 고무된 정부 관료들은 기회만 되면 시장개입 충동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관치란 원래 중독성이 강한 거니까.

과연 우리는 대안주유소의 성공을 빌어야 할까, 실패를 빌어야 할까.

이성철 산업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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