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조의 분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복수노조의 허용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양분하고 있는 노동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이 감지되지만 그렇다고 당장 가시적인 세력재편을 전망하기는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새로 생긴 노조들이 아직 특정 세력화에 신중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복수노조가 허용된 7월 이후 새로 생긴 노조는 377개다. 전문가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1년 내 약 350~650개의 새로운 노조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복수노조 시행 첫날인 7월 1일에만 71개의 노조가 생겼지만 최근에는 증가세가 둔화, 하루 평균 5개 안팎의 노조가 생기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조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져 강성노조보다는 온건ㆍ타협적인 노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그 추세는 뚜렷하지 않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기존 노조에서 이탈한 노조는 279개인데 이중 상급단체가 온건성향인 한국노총에서 분화된 노조가 36.7%인 137개다. 또 강성인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노조는 101개(26.8%)다. 그러나 377개의 신규노조 중 상급단체로 한국노총을 선택한 노조는 32개(8.5%)인 반면, 민주노총을 선택한 노조는 신규노조의 5.3%인 20개에 불과했다. 80% 이상의 노조가 양대노총 중 어느 쪽도 상급노조로 선택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김성호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복수노조 시행 이전부터 상급단체를 선택하지 않는 미가맹 독립노조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던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양 노총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과 설립 초기인 만큼 상급단체를 미리 지정하지 않고 조합원의 선택을 기다리는 집행부의 전략이 결합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국 단위로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노조의 조합원 숫자는 2005년 9만3,000여명이었으나 2009년에는 31만2,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체 노조 조합원의 20% 정도다. 그렇다고 새 노조가 제3노총인 '국민노총'(가칭)으로 흡수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서울지하철노조를 중심으로 국민노총의 출범이 추진됐으나, 이들이 목표로 했던 6월 발족이 불발되는 등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노조는 택시ㆍ버스 노조가 184개로 전체 신규노조의 48.8%를 차지, 가장 비중이 높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 신규노조원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업종이다.
한편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도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가 복수노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 회사 중 현재 교섭중인 회사는 320개로 그 중 86.2%(278개)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는 89.1%가, 민주노총 산하 노조 78.3%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이행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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