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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5000억 출연…국내최대 복지재단 만든다/ 재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폭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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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5000억 출연…국내최대 복지재단 만든다/ 재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폭제 기대

입력
2011.08.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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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현대가 그룹사들이 금액면에서 국내 최대인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기로 함에 따라 거액 기부 등 사회공헌 움직임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우선 현대가의 사회복지재단 설립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분석이다. 재벌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사업 등 모럴 해저드로 인해 대기업들이 공공의 적으로까지 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임기 후반의 국정운영 키워드로 ‘공생발전’을 제시한 만큼 재계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범 현대가의 사회복지재단 설립 또한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복지재단 설립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재단기금 출연 방식이 기업 자금 위주였던 기존 재단과는 달리 오너들의 사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 등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2,000억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한다. 여기에 정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의 장남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상영 KCC 명예 회장과 장남인 정몽진 회장도 사재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사회적 지탄을 받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오너들이 국면전환용으로 사회적 기업이나 복지재단 설립 카드를 사용해온 것과도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번 복지재단 설립에서 빠진 현대자동차그룹만 해도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사건을 사죄하는 차원에서 복지재단(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만들었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일가가 보유한 당시 글로비스(현재 현대글로비스) 보유주식과 사재를 재단에 출연해 연간 1,200억원씩 총 8,400억원 가량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껏 재단에 적립한 기금은 1,80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그룹도 이른바 X파일 사건 및 경영권 불법 승계 등과 관련된 특검 수사 이후인 2007년 이건희 회장 일가가 출연한 8,000억원 규모의 삼성꿈장학재단을 사회에 헌납한 바 있다. 삼성은 이후 이 재단의 운영권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넘기면서 손을 뗀 상태다.

따라서 이번에 범 현대가가 순수한 목적의 초대형 복지재단 설립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 사회공헌에 무관심했던 다른 그룹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범 현대가 가족들이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복지재단 설립을 논의해온 것으로 안다”며 “다른 정치적인 뜻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의원이 재단 설립을 주도한데다 전체 기금 5,000억원 중 4,500억원(사재 2,000억원, 현대중공업 2,500억원)을 출연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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