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가 그룹사들이 금액면에서 국내 최대인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를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다른 그룹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고위관계자는 15일 "3월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추도식 때 오너 일가가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는 방안을 논의한 결과 사회복지재단 설립에 뜻을 모았다"면서 "재원도 오너들의 사재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그룹과 KCC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산업개발, 현대해상 등 범 현대가 그룹사 사장단이 16일 오전 현대 계동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의 설립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산나눔재단은 출연금 총액이 지금까지 국내에 설립된 사회복지재단 가운데 최대인 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2,000억원은 정 명예회장의 6남이자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사재를 출연해 마련하고 현대중공업도 2,5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나머지 500억원은 다른 범 현대가 오너들과 주요 기업들이 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함께 이번 재단 설립에 참여한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해상은 각각 정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회장과 7남인 정몽윤 회장이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KCC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은 정 명예회장의 형제와 조카들이 오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범 현대가의 장자격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아산나눔재단 구성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양측 모두 재단 설립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뜻을 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설립된 대기업 재단은 대부분 사회적 지탄을 받은 사건이 계기가 됐거나 경제단체 등 외부의 유도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에는 순수한 동기에서 오너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만큼 새로운 기부문화 정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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