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불쑥 독도 해병대 주둔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조용한 외교, 소극적 대응의 시대는 끝났고, 적극적으로 영토수호 의지를 확인해야 할 시점이어서 해양경찰 대신 해병대가 주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이해한다.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불러일으킨 ‘독도 소동’으로 국민 감정이 고조된 데다 광복절을 전후한 ‘특수’까지 겹쳤다. 여야 대표가 경쟁적으로 독도 방문 행사를 계획했다가 악천후로 불발한 데 대한 개인적 아쉬움도 클 것이다. ‘독도 사랑’ 경쟁에서 야당 대표에 밀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적 앙금이 두터운 이재오 특임장관보다 앞서 나가고 싶었을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해병대 주둔은 거대여당 대표가 꺼내 흔들 카드가 아니다. 경찰보다는 군대, 이왕이면 해병대가 주둔하는 게 영토수호 의지를 알리기에 나으리라는 초등학생 수준의 발상을 넘는 외교적, 전략적 검토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고유영토로서 행정적 관리 아래 있고, 현실적 군사 위협을 감지할 수 없는 독도에 왜 해병대를 보내야 하는가. 영토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 분쟁의 확산 및 수위 격상의 빌미를 찾기에 바쁜 일본 우파 세력을 돕는 꼴이다. 설사 억지로 군사적 위협을 상정하더라도 싸움터가 될 수 없는 독도의 자연지리적 특성으로 보아 오히려 경비대 병력조차 최소화해야지, 해병대 1개 중대 병력을 가상적의 공격에 드러낼 게 아니다.
그의 주장에는 일부 거짓말까지 담겼다. 그는 정부와 협의했고, 외교ㆍ국방 장관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외교부는 원론적 수준의 대화였을 뿐이라고 밝혔고, 청와대도 고개를 저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도 독도 문제 언급은 전무했다.
야당이라도 지도부에서 나와서는 안 될 얘기가 국정의 한 축이라는 여당 대표의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정치적 대중영합주의의 결정판이자, 수없이 지적된 가벼움의 극치다. 앞으로 정치권이 좋은 반면교사로 삼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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