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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극열풍과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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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극열풍과 역사왜곡

입력
2011.08.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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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열풍이다. 지상파 TV들이 사극에 매달리고 있다. KBS1은 주말에 을, KBS2는 수목드라마 를, SBS가 월화드라마로 를 시작하자 MBC도 으로 맞불을 놓았다. 사극의 맥을 꾸준히 이어온 KBS1 TV는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그 동안의 방송관례를 보면 나머지는 '때아닌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사극은 방송사가 꺼리는 장르이다. 제작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자칫하다가는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린다. 반면 웬만해서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단숨에 인기를 끌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사극은 특별한 시기,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면 잘 나오지 않는다. 소재도 마찬가지다. 말이 사극이지 현실과 맥이 닿아 있다. 우리나라 사극의 대부분이 정권 교체기나 집권 직후에 집중되고, 90% 이상이 '인물전'인 것도 같은 이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7~ 2008년에만 예년의 두 배인 무려 12편의 사극이 나왔다. 그 중 등 7편이 역사적인 영웅을 통해 오늘의 바람직한 통치자나 지도자의 모습을 반추하는 것들이었다. 2003년의 같은 예외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의 사극은 정치적 목적이 강했다.

▦그런데 지금 불고 있는 사극열풍은 조금 다르다. 벌써 정권 교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인물이나 주제도 그렇다. 과 이 있기는 하지만 지도자에 대한 새로운 조명 일색이 아니다. 는 조선 정조 때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를 완성한 협객 이야기이고, 는'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 아들의 사랑이다. 신세대적 감각과 만화 같은 캐릭터에 영화를 방불케 하는 매력적인 액션, '로미와 줄리엣'식 애절한 멜로가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시대감각에 맞춘 사극의 현대화, 퓨전화를 욕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사극은 현재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니까.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상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더라도 어디까지나 미처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 역사적 사실까지 근거 없이 마구 뒤집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한류도 좋고, 인기도 좋다지만 광개토대왕의 형이고, 김종서의 아들과 수양대군의 딸의 사랑이라니. 작가의 무책임한 상상력과 원작(만화)을 맹목적으로 베낀 결과다. 한 역사학자는 말했다."다른 것은 몰라도 제발 족보와 죽음만은 함부로 바꾸지 말라"고.

이대현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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