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리치
팔딱거리는 세상을 베어 물어 둘로 만들어버리기엔여기서 일어났던 일로 충분할 거야.절반은 나를 위해 그리고 절반은 당신을 위해.난 마침내 여기에 선을 그어세상의 설계도를 두 진영으로 나누려 해.어차피 너무 작아서 당신 것과 내 것을 모두 포함할 수는 없으니까.한 가닥 머리카락 속에도 어떤 좁은 지역을 나눠 갖고싶어 하지 않는 남자들의 거대한 욕망이 있어하지만 두 적대적인 의지 사이에대양이나 울타리를 놓아둘 수도 있지.한 가닥 머리카락도 그 차이점을 이어주기엔 충분할 거야.
● 저는 얼치기 평화주의자입니다. 싸우는 일을 무작정 싫어했어요. 대학 다닐 때에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싸움만으로도 세상은 적대로 가득한 곳으로 보였습니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까지 선을 그으면 사는 일이 정말 고단할 것만 같았습니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머리카락 한 올같이 작은 것조차도 나누길 거부하고 독점하길 원하는 권력이라면, 가부장적인 것이든 금권적인 것이든 그것에 맞서서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덧붙이네요. '그게 전부는 아니지.' 머리카락 한 올처럼 미약하고 끊어지기 쉬운 듯 보이는 활동으로도 적대적인 두 의지들 사이에 변화를 가져오고 평화의 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그녀는 낙관합니다. 경계선에서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시에서 평화롭게 울려 퍼지는 것 같습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