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계성 칼럼] 한나라당의 '오세훈 겨자' 먹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계성 칼럼] 한나라당의 '오세훈 겨자' 먹기

입력
2011.08.15 12:05
0 0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한나라당에 오세훈 구하기 작전 비상이 걸렸다. 작전의 핵심은 투표율 높이기다. 주민투표 성립 기준인 33.3%를 못 넘기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한나라당이 입을 타격도 크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복지논쟁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싸움을 해보기도 전에 한나라당 내부에는 패배의식이 팽배하다. 무상급식 대전(大戰)의 한나라당 야전사령관인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의 임전 태세가 우선 그렇다. 앞에서는 서울 시내 48개 지구당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에게 투표율 33.3%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며 독전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 주민투표 위기의식 커져

그러나 돌아서서는 주민투표 패배 이후를 걱정했다. 30%대의 투표율로 아슬아슬하게 지면 오 시장이 그래도 할 말이 있지만, 20~25%에 머물면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도 거의 대부분 공공연하게 위기감을 드러낸다. 평일에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원래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거기다가 휴가철이고, 이번 여름에는 수해 변수까지 겹쳤다. 한나라당의 서울 현역 의원들이 투표율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이유다. 설령 33.3%를 넘겨서 승리한다 해도 고민이다. 다시 급식비를 내야 하는 저소득층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셀 게 뻔하고, 그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세력으로 돌아설 개연성이 농후한 탓이다.

한나라당 의원들로서는 가뜩이나 지역여론이 좋지 않아 민심을 돌리기 위해 지역구에 살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인데 또 하나의 악재를 안게 된 셈이다. 오 시장에게 당연히 볼멘 소리와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선봉에 선 오 시장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아도 오 시장이 벌인 싸움에 동참해야 한다. 울면서 겨자를 먹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재 한나라당의 처지다.

결국 오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밀어붙이기 무리수가 한나라당을 진퇴양난에 빠지게 한 셈이다. 무상 급식 문제에 대한 오 시장의 맺힌 한은 이해가 간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그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0.6%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당시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처럼 치러진 탓도 있지만 민주당의 무상급식 구호가 크게 먹힌 결과였다. 오 시장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무상급식 지원 저지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조례 제정권을 가진 서울시 의회 의석 4분의 3 이상을 민주당이 점유한 상태여서 속수무책이었다. 서울시 의회가 의결한 전면 무상급식 지원 조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재적의원 4분의 3 이상 찬성에 의한 재의결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오 시장은 해당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주민투표로 돌파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법적으로 많은 무리수를 범했다.

무엇보다 지방의회에서 제정한 조례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곧장 주민투표를 부치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선택(헌법학) 교수 같은 이는 "복지 포퓰리즘의 위험성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민주주의 의사결정에 관한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적법성은 대의민주주의 가늠자

이번 주민투표 청구가 주민투표법 위반은 아닌지, 절차상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지, 서울시교육감의 권한 침해 여부 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 등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그 판단 결과는 24일 실시되는 주민투표가 33.3%를 넘어 성립될지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