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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벤처, 아버지가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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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벤처, 아버지가 망쳤다

입력
2011.08.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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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유명세를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 모은 뒤 거액을 가로챈 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한병의)는 아들이 벤처사업가로 주목 받는 점을 악용해 투자자들로부터 주식상장 명목으로 1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아버지 신모(57)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신씨의 아들은 10여년 전 당시 1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민국 1호 고교 벤처사업가'. 학창시절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을 놓치지 않고 발명가로서의 잠재력을 보이자 아버지 신씨는 아들이 고3이 되던 2001년 기업가로 데뷔시켰다. 자신은 이사직을 맡았다. 사업 아이템은 '향기'. 여성 속옷, 향기 나는 화분 흙 등의 제품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 창업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듬해에는 스위스계 투자회사로부터 2억 달러의 투자도 유치했다. '신지식인'에도 뽑힌 아들에게는 '고고생 벤처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신씨는 아들과 함께 각종 방송에도 출연했다.

아들의 성장과 함께 승승장구할 것 같던 회사는 아버지의 욕심이 발동하면서부터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아들 덕분에 유명해진 신씨는 제품 개발은 아들에게 맡긴 채 판매 영업 등 나머지 모든 일에 손을 뻗쳤다. 그러면서 중학교 동창 정모씨 부부 등으로부터 "주주 등재 뒤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1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 모았다. 신씨는 주식을 상장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결국 연구와 제품 개발은 등한시한 채 무분별하게 돈을 끌어모아 사업을 확장하면서 회사는 3년 만에 위기를 맞았고, 2004년엔 적자로 돌아섰다. 2006년에는 향기 나는 크레파스가 "아이들이 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판매중단 조치를 받았다. 재기를 노리고 준비하던 제품 출시가 좌절되자 2007년 말에는 사업자등록까지 말소됐다.

회사는 없어졌어도 신씨의 거짓말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경기도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2007년 당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와 이명박 캠프에서 일했다", "선거 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역임했다" 등의 거짓말을 하며 주식발행비 명목으로 정씨 부부로부터 2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특히 그는 "회사 지분 5억여원은 실소유주가 박근혜, 한선교인데 정치인이 관련되면 주식상장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 지분을 인수할 비용을 빌려달라"며 정씨 등 친구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8억1,000여 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해외유치금 3억달러 중 환율상승분을 보상해줘야 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9,000만원을 받는 등 비슷한 방식으로 친구들로부터 총 1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겼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크고 죄질이 가볍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신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소송ㆍ경매 비용 등으로 15억원을 갚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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