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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전과택시 '위험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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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전과택시 '위험한 질주'

입력
2011.08.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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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미(33)씨는 최근 야근이 늘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회사가 있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서 광진구 자양동까지 택시를 이용한다. 홍씨는 "심야에 택시를 혼자 타는 게 무섭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며 "여성 승객을 상대로 한 범죄소식을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입사 2년차 윤서영(28)씨도 같은 사정을 호소한다. 윤씨는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탈 땐 친구들끼리 택시번호를 사진으로 찍고 가는 동안에도 통화를 계속 한다"며 "운전사가 말이라도 걸어오면 괜히 겁이 난다"고 말했다.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택시. 하지만 이러한 택시 이미지는 퇴색한 지 오래다. 언제부턴가 여성들에게는 심야에 이용하기 께름칙한 교통수단이 됐다. 마약에 취해 환각상태에서 핸들을 잡거나, 성폭행 등 강력범죄 전과를 숨긴 채 일하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범죄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대다수 선량한 운전기사들까지 욕을 먹는 상황이 바뀌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6일에는 만취 상태로 택시를 탄 여자승객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택시기사 김모(38)씨가 구속됐고, 지난달 24일에는 히로뽕을 투약하고 택시를 운전한 혐의로 이모(54)씨와 송모(48)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동종전과 3~6범으로 밝혀졌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조위원장은 "서울을 누비는 법인택시 2만2,000대 가운데 5%가량인 1,000여대가 이 같은 마약, 성폭행 등 강력범죄 전과자들이 모는 택시인데 당국은 사건이 터졌을 때 호들갑 한번 떠는 게 전부"라며 "이 때문에 위험천만의 택시들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 마약 성폭행 등의 범죄 전력이 있는 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택시 핸들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도급제 때문. 회사는 정식으로 기사를 고용하지 않아 수입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고, 기사는 정상 사납금의 절반 수준인 6만원 정도만 내면 돼 암암리에 이뤄지는 영업 방식이다.

사실 택시 도급제는 택시 범죄가 터질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문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이 무성의로 일관하면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도급택시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표했으나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 이 조항을 시행령으로 할지, 혹은 법률로 할지 법제처와 협의하다 보니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며 "8월말까지는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속권한과 의무가 있는 서울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008년 214대에 달하던 도급택시 단속 실적은 2009년 62대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에는 0건을 기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고발 없이 도급택시를 적발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국토부에서 법을 개정하면 우리도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피해는 승객들은 물론 다른 택시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기우석 전국민주택시조합 기획국장은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손님이 줄어들어 힘든데 택시관련 사고가 일어나면 승객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는 회원들의 불만이 많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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