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빈티지가구 'Matter&Matter' 만드는 이석우·송봉규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빈티지가구 'Matter&Matter' 만드는 이석우·송봉규씨

입력
2011.08.14 12:25
0 0

이 의자와 탁자, 상처가 가득하다. 여기저기 못 자국이 선명하고 홈도 파였다. 나뭇결에는 오래된 페인트가 깊게 배어있다. 수십 년 인도네시아 바닷길을 누볐던 목선의 몸체를 뜯어내 만든 가구들에서는 미끈한 새 목재 가구에선 볼 수 없는 아우라마저 느껴진다.

디자인그룹 SWBK가 서울 소격동 선 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일상과 예술의 접목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S×S'전에 내놓은 가구 30여점은 하나같이 폐품을 재활용한 것들이다. 이름하여 '빈티지 가구'. 오래 된 선박뿐이 아니다. 100년 넘은 고택의 마루바닥, 트럭 짐칸에 쓰였던 나무 받침대 등이 바다를 건너와 디자인 가구로 새로 태어났다.

SWBK는 산업 디자이너 출신 이석우(33), 송봉규(32)씨가 2008년 각자의 이름 이니셜을 따 설립한 디자인그룹. 올 초 인도네시아의 폐목재를 쓰는 가구 브랜드 'Matter&Matter'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씨가 구매했고, 패선 디자이너 이상봉씨도 구입 문의를 하는 등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뜨겁다.

"폐자재라기보다는 고재(古材)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죠. 오랜 시간 특정 용도로 쓰였던 재료들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면 옛 것의 역사까지 담아낸 새로운 스토리가 생겨납니다. 그 가치는 플라스틱이나 최첨단 재료와는 비교할 수 없지요."(이석우씨)

이들은 재료조사 중 우연히 폐목재의 가치를 발견했다. 송봉규씨는 "선박 등에 쓰였던 나무들은 무겁지만 견고하고, 나무 자체에서 오일이 생성돼 윤이 나고, 뒤틀림이나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도 훨씬 적다"고 했다. 게다가 열대지방의 알록달록한 페인트 색채도 눈을 사로잡았다. 이씨는 "50년 전이었다면 그저 고물이 됐겠지만 최근 폐품을 작품화하는 '업사이클'(upcycle) 바람이 불면서 쓸모 없어진 물건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재료의 원초적인 느낌을 잘 살리고픈 우리의 욕구와도 잘 부합했다"고 덧붙였다.

둘은 원래 휴대폰 가전기기 등을 만드는 산업 디자이너 출신으로, 삼성전자, 미국의 산업디자인컨설팅 업체인 티그 등에서 일했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독일 IF, 미국 IDEA에서 수상하는 등 경력도 화려하다. 가구 디자인에 눈을 돌린 이유에 대해 이씨는 "최첨단 제품은 기능성 경제성 등도 따져야 할 부분이 많아 디자이너의 생각이 잘 반영되지 않아서", 송씨는 "재료 고유의 특징을 살리되 디자이너의 생각이 밴 아날로그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라고 답했다.

오래된 재료를 쓰지만 디자인기법은 최첨단이다. "통상 가구디자인은 편의성을 위해 적합한 의자 다리 두께, 등받이 높이 등이 정해져 있어 디자인에 큰 차별성이 없지요. 저희는 휴대폰을 만드는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응용해 의자 다리를 얼마나 얇게 만들 수 있는지, 직각 면을 둥글게 깎을 수 있는지 등을 시뮬레이션 하고 작은 모형으로 만들어본 뒤 제품을 만듭니다." 그 결과 탁자와 의자의 다리 두께가 4~6㎝로 다른 가구에 비해 절반 정도 얇다. 다리 단면도 원과 사각형을 결합한 형태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다리를 더 얇게 만들려다 부러뜨린 의자가 수두룩하다. 이미 3,4년 전 일본에서 인도네시아 고재들을 많이 사들여 재료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씨는 "고재를 구해도 아름다운 부분만 살리려면 잘라내 버리는 부분이 많고 모든 공정이 사람 손으로 이뤄지다 보니 비용이 만만찮다"고 했다. 거친 표면 때문에 의자 등받이에 옷 실밥이 걸리거나, 탁자에 뚫린 구멍이 실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지적도 꽤 있었단다. 그래서 가죽을 덧대거나 페인트 흔적이 있는 면을 다리 안쪽으로 돌리는 등의 보완책을 강구했다.

이들에게 디자인은 "예술과 일상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것"이다. 이씨는 "물건 포장뿐 아니라 분위기, 소리, 서비스 등 무형의 것도 디자인 범주에 속하고, 예술품인 동시에 기능성 제품이라는 측면에서 디자인은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예술이다"고 했다. 송씨도 "우리가 만든 가구가 전시장에 전시도 되지만 그보다는 일상에서 공부할 때나 밥 먹을 때 쓰는 제품일 때 더 의미가 있다"고 거들었다. 전시는 27일까지. (070)8871-9881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