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쇼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데도 부동산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주택구매 심리가 위축돼 거래량은 줄어드는 모습이지만, 증시와는 달리 시세 변화가 거의 없다.
1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쇼크가 덮친 지난주 전국의 아파트 매매시세는 전주 대비 0.1% 올랐다. 6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각각 0.2%, 0.4% 올랐고, 서울과 경기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서울의 경우 최근 상승세를 타던 강남과 송파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7월 말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떨어졌지만, 전체 주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번 위기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 주식처럼 조만간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개포동 J공인 대표는 "서울 강남의 경우 어느 정도 하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급매물이 나오면 사겠다는 대기수요자도 많아 큰 폭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이호연 과장도 "극심한 전세난 탓에 매매 전환 수요도 상당해 2008년 금융위기 때만큼 상황이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에는 부동산 버블이 심해 단기간에 가격이 급락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놓여 있어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융쇼크가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현재 부동산 관망 수요가 늘고 있어 당분간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로 볼 수 있다"며 "금융시장의 불안이 길어진다면 가을 이사철을 맞아 회복되려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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