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실시(24일)를 앞두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오 시장은 이날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대선과 관련해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민투표는 저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그러나 주민투표의 승패에 따라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주민투표는 수해에다 미국발 금융위기, 휴가철이란 악재의 중첩으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야권이 주민투표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보수층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하지 못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층을 중심으로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발판 삼아 내년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러다 보니 투표율이 개표 요건인 33.3%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결국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승부수를 띄움으로써 무관심한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고 동시에 박근혜 지지층을 포함한 범여권 유권자들을 결집시켜 투표를 독려하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
아울러 "주민투표는 오 시장의 대선 출마용 관제선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투표 불참 운동을 벌이는 야당의 비판 논리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투표의 순수성을 부각시키려 한 것 같다.
오 시장 스스로 밝혔듯이 그는 내년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상당 기간 고민해온 게 사실이다. 결국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계기로 내년 대선을 접고 2017년 대선을 택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한 셈이다.
오 시장은 2004년 총선에 불출마함으로써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다. 내년 대선에 불출마하고 주민투표에 올인함으로써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2017년 대선에 도전하는 밑그림을 그렸을 수 있다.
그러나 야권에선 "주민투표와 대선 불출마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불출마 선언은 정치 놀음일 뿐이다" 등의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자기 희생과는 거리가 먼, 투표율 제고를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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