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언론들은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참 무심했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독자나 시청자의 관점, 그들의 기대와 요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그들이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도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언론에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언론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았다. 독재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을 담아 내는 것만으로도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과거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공급자 우위 의식에 젖은 나머지 그들을 제대로 '대접'하진 않았다.
뉴스 생산 주체가 된 수용자들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를 언론과 대등한 관계로 파악하지 않은 채 때로는 가르치고, 훈육하고, 계몽해야 하는 대상쯤으로 여겼다. 사업적 관계로 비유하자면 언론은 늘 갑, 독자나 시청자는 늘 을이었다. 언론은 일방적으로 뉴스를 공급했고, 독자나 시청자들은 수동적으로 뉴스를 받아들였다. 오랜 세월 반복된 까닭에 모두들 이같은 현상을 당연하다 여겼다.
그러나 지금 이런 도식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뉴스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변화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미디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무엇보다 독자나 시청자가 뉴스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단순 수용자로 머물지 않게 된 것이 결정적이다.
그들은 이제 언론처럼 적극적으로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뉴스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뉴스를 보다 폭넓게 정의할 때, 독자와 시청자들은 뉴스를 포함한 일상의 다양한 정보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떠올랐다.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첨단 기술과 기기,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뉴스의 생산과 소비 패턴을 근본부터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뉴스의 프로슈머들은 휴대성이 뛰어난 기기들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평가하고 공유한다. 언론이 생산한 뉴스에 대한 품평회가 디지털 공간에서 매일, 매 시각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언론이 '스마트'해진 뉴스 수용자들을 의식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들의 비판과 의견과 제언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좀 더 다채로운 형태의 뉴스를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언론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언론이 독자와 시청자들을 단순 수용자가 아닌 프로슈머로 바라보는 순간부터 둘은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대등한 관계가 된 것이나 다름 없다. 미국에서 성공 모델이 나왔지만 아예 뉴스 수용자들이 직접 뉴스를 제작ㆍ공유하는 미디어가 자리잡는다면 둘의 관계는 역전될 수도 있다.
편식증 등 뉴스 소비문화 고쳐야
그러나 수용자들의 분석과 평가가 언론의 뉴스 생산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1차적 책임은 상업적ㆍ대중적 성공을 겨냥해 그저 잘 팔리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교묘한 화장술로 민낯을 가리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언론에 있다.
하지만 스마트한 뉴스 프로슈머들의 스마트하지 않은 뉴스 소비ㆍ유통 문화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소비하는 편식증, 자극적ㆍ선정적 뉴스에 대한 과다한 관심과 쏠림, 관점이 다른 뉴스에 대한 이해 노력의 부족, 실명제 시행 이전 인터넷 댓글과 같은 독설과 욕설의 문화 등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뉴스 프로슈머들은 결코 스마트해질 수 없다.
수용자가 뉴스와 정보 생산의 주체로 떠오른 시대, 스마트한 뉴스 소비는 우리 언론과 뉴스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 혜택은 고스란히 스마트한 프로슈머들의 몫일 것이다.
황상진 편집국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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