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에서 지인들에게 “6ㆍ25전쟁은 북침”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월북을 권유했더라도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ㆍ2심 판단이 엇갈렸던 발언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은 실질적 위험성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사석에서 월북을 권유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미국 영주권자 정모(49)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다만, 허가 없이 북한으로 넘어가 북측 인사와 접촉을 한 혐의(국보법상 잠입ㆍ탈출) 등은 유죄로 판단,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미국으로 가 북한에 경도된 정씨는 2005년 11월 지인에게 “6ㆍ25전쟁은 북침이고, 너의 아버지가 해병대 대령출신이기 때문에 통일 후 숙청을 당할 수 있어 친북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또 “남한은 북한의 선군정치 덕분에 살고 있고, 북한에 함께 가자”고 월북도 권했다.
1심은 이를 두고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한 반면, 2심은 “정씨가 토론회 등 공개행사에서 발언한 것이 아니고, 당시 정황을 볼 때 해당 발언이 국가의 안전을 해치는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을 두고 2년간 심리를 진행한 대법원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경우에 한 해 국보법은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 원칙을 또 한번 강조, 항소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정씨가 인민복을 입고 자랑한 혐의(찬양ㆍ고무), 대형 인공기와 김일성 부자 사진을 소지한 혐의(이적물 소지)도 같은 이유로 원심과 같이 무죄 선고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